창업교육, 시설 공간 지원 사업, 멘토링, 컨설팅, 사업화 지원, R&D지원 등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대한민국의 창업률은 저조한 상태다. 창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CJ제일제당 생산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연재(28, 부산시 연제구 연산9동) 씨는 “창업을 하려고 마음먹고 찾아보기 전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몰랐다. 창업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고 있어야 사람들이 창업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 정부는 '창조 경제'라는 슬로건 아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지원센터, 창업진흥원 등 다양한 정부기관이 예비 창업자와 사업자를 위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2012년 OECD 국가별 초기 창업활동 비율(TE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6%에 그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인 8.8%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초기 창업활동 비율(TEA·Total early-stage Entrepreneurial Activity)이란 18~64세 인구 중 현재 사업을 시작했거나 창업 후 42개월 이후에도 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TEA가 낮을수록 창업한 사람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진한 창업률의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벤처사가 성장하기 힘든 구조, 사업이 실패했을 때 뒤를 받쳐줄 안전망이 없는 사회 구조를 지적하지만, 실제로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창업자금 조달 문제다. 창업진흥원의 '2015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기간이 7년 미만인 6,000개 기업체 중 68.26%가 창업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 ‘창업자금 확보에 예상되는 어려움’이라고 응답했다. 창업 실패 및 재기에 대한 두려움(27.9%), 창업에 대한 지식·능력·경험의 부족(21.3%)이 뒤를 이었다.
경성대에서 창업 관련 과목을 듣고 있는 대학생 배종언(27) 씨는 “창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인데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자금 조달 문제가 가장 걱정”이라며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창업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정부는 사업화 지원을 벌이고 있다. 이는 예비 창업자 혹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한 자금과 공간 등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정부의 자금 지원 사업 중에는 정책 자금 지원사업도 있다. 이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업자나 예비 창업자에게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정부 예산에서 조달해주는 제도다. 이 밖에도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 개발) 지원 사업이 있는데, 이는 사업자에게 필요한 연구 및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
창업진흥원의 2015 창업 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창업자금 지원 사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기간이 7년 미만인 6,000개 기업체 중 95.0%인 5,700개의 기업이 창업 시 자기 돈으로 소요자금을 조달한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은행 및 비은행 대출이 28.8%, 개인 간 차용이 16.4%를 차지했다. 전체 창업비용에서 정부 출연금이나 보조금은 2.8%, 정부 융자 또는 보증은 5.1%에 그쳤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장모(25) 씨는 순수한 자기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장 씨는 “창업 전에 다양한 창업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기는 했지만 나한테 적합한 프로그램이 없었다”며 “지원을 받는 절차도 까다로워서 내 자본으로만 창업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실제 창업으로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창업기간이 7년 미만인 6,000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2015 창업 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로 ‘창업 지원 사업 시행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가 응답자의 51.7%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자체 해결 가능하므로 활용 필요성이 없어서’(32.8%), ‘선정평가 요건이 까다로워 통과하기기 어렵다고 판단해서'(10.6%)가 꼽혔다. 실제로 창업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창업자의 비율은 전체 창업 기업 189만 3,716개 중 83.1%로, 창업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창업자(16.9%)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창업진흥원 기획조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화 지원사업 모집시 항상 5:1 이상의 경쟁률이 나오기 때문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홍보 부족의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창업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창업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성대 경영학과 이경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창업 관련 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비롯한 창업 프로그램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다. 창업 컨설팅을 받아보면 방향성에 대해 제시를 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창업 지원 사이트를 들어가서 찾아보면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 찾아보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안타깝다. 정부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