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범천 1동의 할머니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외출 채비로 분주하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것일까? 할머니들이 도착한 곳은 한 동네 미용실. 이른 시간인데도 미용실에는 먼저 온 할머니들이 여럿 있었다. 기다리는 손님이 많으면 다른 미용실을 찾거나 나중에 다시 올 법도 한데, 할머니들은 그곳에서 줄곧 차례를 기다렸다.
머리 손질이 끝난 할머니들이 하나 둘 미용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도 돈을 내지 않아 의아했다. 미용사에게 이유를 묻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늘은 월요일이잖아요”라는 한마디 뿐이었다. 그는 월요일마다 동네 노인들에게 무료 미용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정미(41) 씨.
김 씨는 2년 전부터 노인들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해왔다. 봉사단체가 아닌 미용사 개인이 미용 봉사를 실천하는 일은 흔치 않다. 처음 미용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요일을 가리지 않고 노인들이 언제 오든 무료로 머리 손질을 해드렸다. 하지만 젊은 손님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불만스러워 하는 바람에 현재는 매주 월요일 오전 시간에만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오실 때마다 언제든지 잘라드리고 싶지만, 그게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인근 미용실들이 신경 쓰였죠.”
그녀는 올해 15년차인 베테랑 미용사이다. 20대에 미용 일을 배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 번화가에 위치한 미용실의 실장으로 근무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고향 범천동에서 미용 봉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일이 바쁘단 핑계로 미용사이면서도 막상 우리 엄마 머리카락은 제 손으로 손질을 못해드렸어요. 갑자기 돌아가실 줄 알았다면 틈틈이 잘라드리는 건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녀는 어머니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한 동안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살던 범천동에 미용실을 개업했고 어머니 또래의 동네 노인들에게 무료로 미용을 해주고 있다. 그게 그녀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였다. 그녀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엄마랑 알고 지내셨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문상도 해주셨어요. 그래서인지 이젠 어르신들이 모두 우리 부모님처럼 느껴져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김 씨와 동네 노인들과의 사이는 가족처럼 스스럼없었다. 머리를 손질하는 내내 그와 동네 어르신들은 자연스레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곤 했다. 할머니들은 미용비를 극구 사양하는 김 씨에게 과일을 주거나 아프지 말라며 영양제를 챙겨주기도 했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미용실을 나서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김 씨는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어르신들에게 이쁨도 받고 웃으며 얘기 나누다 보면, 오히려 제가 힘이 난다"고 말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미용실 마감할 시간이 되자, 김 씨 얼굴에도 피곤이 묻어난다. 청소하는 김 씨에게 언제까지 무료 미용 봉사를 할 것이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을 정해 놓고 하는 일이 아니지만, 아마도 제가 이 직업을 하고 있는 동안은 계속 무료로 잘라드릴 것 같아요. 돌아가신 어머니를 자식이 그리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들으니까 마음까지 왠지 훈훈해지네요!!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을
상대로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는 것도 좋을거 같고,
그런분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이런 분들이 많아져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