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헌혈자 감소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부산의 혈액 공급률이 전국 꼴찌인 것으로 나타나 부산 시민의 헌혈 참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혈액원에 따르면, 2016년 부산 지역 헌혈자는 20만 4,000여 명으로, 지난 2015년 23만 8,000여 명에 비해 3만 명 이상 감소했다. 또 지난달 부산의 혈액 공급률은 84% 정도로 전국 15개 혈액원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6일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은 4.2일분, 부산은 3.3일분을 기록해 현재 혈액 수급 위기 ‘관심’ 단계다. 혈액 수급 위기 단계는 총 4단계로 혈액 보유량에 따라 3일분 이상 5일분 미만은 '관심,' 2일분 이상 3일분 미만은 '주의,' 1일분 이상 2일분 미만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 단계로 나뉜다. 부산의 혈액형별 혈액 보유량은 O형은 1.3일분, A형은 3.2일분, B형은 3.2일분, AB형은 2.0일분으로 O형과 AB형 혈액이 특히 부족한 상태다. 적십자사는 적정혈액보유량이 일평균 5일분 이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의 혈액 수급률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이유는 있다. 부산에는 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동아대병원 등 규모가 큰 대학 병원이 몰려 있는데 비해, 단체 헌혈을 할 수 있는 군 부대나 대기업의 수가 다른 지역보다 적다는 것. 부산혈액원 헌혈지원팀 담당자 고경우 씨는 “현재 주요 헌혈 참여층인 학생들의 방학 기간이고 군부대와 대형 기업체의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혈액 부족 이유를 설명했다.
혈액은 아직까지 대체할 물질이 존재하지 않아 헌혈 참여자의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이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살아 있는 세포로 구성된 혈액은 농축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등 장기간 보존할 수 없다.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면 헌혈의집에서는 하루 평균 70명의 헌혈자가 방문하는데 최근에는 방문자수가 평균치를 밑돈다고 한다. 실제 헌혈의집에 방문하니 대기하지 않고 바로 헌혈할 수 있었다.
서면센터를 방문한 이미영(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친구들과 2~3개월마다 헌혈하러 온다”며 “헌혈하고 나서 주는 기념 선물로 영화도 보고 헌혈증을 받아서 나중에 사용할 수도 있어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함께 방문한 길정희(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작년에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는데 1년 동안은 헌혈이 안 된다고 해서 못했다”며 “예전에는 대기표를 뽑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대기실이 휑하니 빈 것을 보니 요즘 헌혈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이같은 헌혈 참여 부진에 부산혈액원도 대책을 내놨다. 단체 헌혈자를 위한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철 역사와 전동차 내에 공익광고 홍보를 통해 헌혈 참여를 독려하기로 한 것. 또 헌혈자 선호도를 감안해 영화관람관, 커피숍이용권 등 다양한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부산혈액원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헌혈의 집을 방문해 헌혈할 수 있도록 서면역 7번 출구에 신설 헌혈의집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헌혈의 집은 4월 말 개소 예정이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외국으로부터 혈액을 수입하지 않고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300만 명의 헌혈자가 헌혈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