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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loser)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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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loser)의 법칙
  • 정태철 시빅뉴스 대표
  • 승인 2013.01.21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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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대학들은 종강 후 학생들이 학교 인터넷 시스템에서 성적을 열람할 때 그들에게 강의평가를 하게하고, 몇 마디 강의에 대한 코멘트를 입력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면 교수들은 나중에 그 평가 결과를 보고 차후 강의를 보완하는 데 반영한다.

이번 학기 나의 강의평가 중 어떤 학생이 이런 글을 올렸다. “교수님 별로에요.”

물론, 익명이 보장된 시스템 탓에 어떤 학생이 이런 글을 올렸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내 강의의 무엇이 그 학생에게 불편함을 주었는지를 내가 알아야 내 강의를 다음에 보완할 텐데, 그냥, 무조건 맘에 들지 않는다는 투의 이런 글만 올렸으니, 나는 속 좁게 기분이 나쁠 뿐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여자 은행원이 인턴으로 시작해서 은행에 특채되고, 뒤이어 임원에까지 승진한 성공 사례를 어느 잡지가 소개한 글이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우리 학생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싶어서 학과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랬더니 댓글이 하나 달렸다. 그것은 “교수님, 다음에는 장영실 전기를 올리시지요”였다. 대단히 비아냥거리는 이 익명의 제자 댓글은 두고두고 내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나는 최근에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과거 젊은이들은 세태에 물든 기성세대를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 순수했지만, 요즘 젊은이나 특히 어린 청소년들은 기성세대 못지않게 비겁하고, 정정당당하지 못하며, 떳떳하지 못한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나의 이런 생각은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학교 폭력, 이에 따른 청소년들의 연쇄 자살 사례를 보면 더욱 그런 듯하다. 탈북 학생들이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한결 같이 학교에서 왕따 대상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그 정도의 선악에 대한 도덕적 판단력도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없는 것인지 한탄이 앞선다.

물론, 어른들의 세태를 보고 배운 탓이므로, 이런 현상에 대한 많은 책임이 기성세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냥 넘기기에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기를 갖지 않은 자에게는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든지, 뒤에서는 총을 쏘지 않는다는 신사도 정신이나 스포츠맨십은 어디가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요즘 아이들의 생리가 무섭다.

농구에는 팀파울이란 룰이 있다. 요즘처럼 4쿼터로 진행되는 농구경기에서 한 팀의 파울이 한 쿼터에 5개가 되면 상대팀에게 무조건 자유투를 주게 된다. 그래서 팀파울에 먼저 걸리는 팀은 대개 질 확률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지고 있는 팀이 이기려고 무리하게 플레이를 하다가 반칙을 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고, 반칙이 늘어나서 팀파울에 걸리면, 더욱 승리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루저(loser)가 반칙이 많다. 반칙이 많아지면 인생이란 게임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룰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거시적 사회구조의 문제가 이 ‘루저의 법칙’의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고차원적인 사회 철학의 문제와 스승의 뒷통수를 치는 학생의 댓글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인다.

아이들은 점점 어둡게 변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교육자들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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