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종합전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내신 성적,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 점수 등을 고루 평가해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제도다. 입학사정관보다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을 높여 입시 비리를 감소시키고, 외부 스펙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는 등 ‘공교육 정상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내신 성적만을 평가하는 입시 제도의 한계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그러나 내신 성적과 함께 동아리 활동, 독서, 자기소개서까지 챙겨야 하는 ‘과도한 스펙 쌓기’라는 지적과 함께 모호한 평가 기준 때문에 공정성,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내신 성적 평가 한계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와 다르게 평가 기준이 결국 내신 등급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학생부 종합전형의 합격률은 내신 1등급이 73.1%, 2등급이 67.6%, 3등급이 51.7% 순으로, 내신 1등급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내신 등급이 높은 학생일수록 학생부의 양과 질이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된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사회 교과의 평가란에서 2등급 학생의 학생부는 "정치의 발전 과정과 통치 제도의 개혁 등에 관해 큰 관심을 보임"으로 평이하게 기술됐다면, 내신 1등급 학생의 경우에는 "자신만의 견해로 정치의 발전 과정과 통치 제도의 개혁 등을 논리적으로 분석했으며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데 탁월함을 보임"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식이다. 이는 내신 1등급인 학생의 학생부가 등급이 낮은 학생의 학생부보다 상세하게 표현됐다는 뜻이다.
수험생 김모(19) 양은 이에 대해 “어차피 내신 높은 아이들만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양은 “수행평가니, 잠재 능력이니 평가 항목은 많이 늘어났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은 결국 내신 성적이 높은 친구들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라며 “선생님들도 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신 낮은 아이들의 학생부는 별로 신경을 안 써주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지역별, 학교 유형별로 차이가 심각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학생부 종합전형 제도에서는 학교 교과 수업, 교내 동아리 활동, 교내 수상 내역 등 교내 프로그램 활동 내용만 평가하는데, 모든 학교가 공통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학교별로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학교 유형별 교내 프로그램의 질적 격차가 심하다는 말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진로 활동의 경우에 일반고에서는 영상 자료 시청이나 진로 업체의 강연이 주를 이룬 반면, 특목고와 자사고에서는 외국 대학교수 및 총장과의 만남, 현직 외교관, 검사, 변호사 등의 초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외국 문화 탐방, 자매 결연 학교 교류 등 특목고에는 국제 활동 기회도 많았다.
학교 소재에 따라 주요 수상 실적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특별·광역시에 위치한 학교에서는 UCC 대회, 모의 유엔총회 등 다양한 활동이 운영됐다면, 읍면 단위 학교에서는 이 같은 대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교내 동아리 활동도 특별·광역시가 읍면 단위에 비해 훨씬 더 다채로운 활동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험생 절반이 학생부 종합전형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지난 3월 입시 업체 메가스터디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부 종합전형이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1%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8.2%, ‘그렇다’는 응답은 20.8%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스펙 쌓기’라는 응답이 20.2%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공정성 결여’(18.0%), ‘모호한 선발 과정’(17.0%), ‘형평성 결여’(16.2%), ‘투명성 결여’(14.2%), ‘사교육 조장’(12.8%)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의 주관식 항목에서는 스펙 쌓기 경쟁 탓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사교육비를 더 지출하게 된다는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기득권을 위한 시스템", "자기소개서 관리와 스펙 쌓기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비가 더 든다", "고교부터 시작되는 스펙 쌓기 너무 싫다", "도중에 꿈이 바뀌어버리면 문제로 인식 된다"는 답변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의 부작용에 대해 호소했다.
반면, 학생부 종합전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수험생 김동우(19) 군은 “학생부를 평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 공부만 잘하고 인성이 나쁜 아이들을 거를 수 있는 제도가 된다”며 “(학생부 종합전형이) 학교 생활만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는 제도 아니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을 반대하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박은영(47, 부산시 남구) 씨는 “정상적으로 고교생활하면서 내신 챙기고, 봉사, 동아리, 교내 대회까지 다 챙기라는 건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조치”라며 “비교과 성적이 훌륭하다고 대학에서 다 뽑아주는 것도 아닌데, 학생부 종합전형은 중하위권에 있는 학생들의 꿈을 초장에 다 꺾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씨는 이어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본래의 좋은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해 평가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한 대입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