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해도 괜찮아.”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때로는 방황하는 청춘들을 격려하기 위해 기성세대들이 가끔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후배들에게 해야 할 입장임에도 도리어 이 말을 듣고 있는 40대 중년 남자가 있다.
10여년 동안 잘 다니던 무역회사를 지난해 그만두고 한국에서는 생소한 캠핑장 사업에 뛰어든 구상서(42,부산 광역시 해운대구)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 여인의 남편이고 두 아이들의 아빠지만 요즘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경남 합천에 새로 조성된 캠핑장을 관리하기 위해 매일 현장에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불혹의 나이에 전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그의 모습을 보고, 어디서 그런 결단력이 생겼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그 질문에 그는 “제가 용기가 있다거나 재능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학창시절에도 그는 공부만 착실히 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링컨의 말을 들려 주셨는데 그것이 나의 뇌리 깊숙히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남자는 나이 40이 되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지요. 어린 나이에 '나도 마흔이 되면 얼굴에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결심했었나봐요. 실제로 마흔의 나이에 가까워지던 몇 년 전 옛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지금 바로 살고 있는 건가, 후회하진 않는가'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씨는 이렇게 자신이 인생항로를 바꾸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솔개의 환골탈태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솔개의 평균 수명은 80년라고 합니다. 그런데 40세가 되는 즈음에 솔개는 중대한 기로에 선다고 합니다. 고행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느냐, 아니면 그대로 죽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이지요. 고행의 환골탈태를 선택한 솔개는 높은 바위산에 올라 낡은 부리와 발톱, 그리고 깃털을 스스로 뽑습니다. 이 과정이 주는 엄청난 고통을 참고 새롭게 돋아난 부리와 발톱, 날개 깃털를 얻은 솔개는 새로운 40년을 더 산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고 고통을 겪고 싶지 않은 솔개는 낡은 부리와 발톱으로 먹이감을 얻지 못한 채 그대로 죽는다는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개 미물도 그런 환골탈태의 결단을 하는데 사람인 내가 인생에 대한 결단을 왜 못하냐는 생각이 들었지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은 먹었으나 쉽게 실천하지 못하던 구 씨의 결심을 도와 준 것은 가족들이었다. 여름 휴가 때 아들 두 명과 함께 간 캠핑을 통해 아이들이 많이 성장하고 너무나 값진 추억을 갖게 된 것을 보면서 '아, 가족들과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의 꿈은 캠핑 문화를 우리나라에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캠핑 사업의 여러 종류 중에서 캠핑장을 선택한 그는 앞으로 캠핑 용품 판매, 캠핑용 간편 음식 제조 등 사업 확장도 고려 중이다.
그는 "지금 시작하면 평생 하겠다는 건데,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할 수 있는 일인지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미국, 유럽은 캠핑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야 붐이 일고 있어요. 캠핑 문화를 우리나라에 더 많이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금 아니면 도전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서울, 경기, 강원도에는 캠핑장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 캠핑족들은 좋은 장비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바쁜 와중에도 '힐링'을 하겠다며 가족끼리 캠핑장을 찾는다. 그런데 그는 경남 쪽은 캠핑장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경남 지역을 캠핑장 사업의 첫 출발지로 선택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시골 느낌을 잘 살린 맞춤형 캠핑장이 등장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인생을 영어 알파벳 C로 시작하는 3개의 단어로 집약했다. "인생에는 choice, change, challenge가 있지요. 즉, 선택하고, 변화하고, 도전하는 3박자가 있어야 합니다. 나는 날마다 나에게 묻습니다.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다인가?' 그렇지 않아요. 나는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하며 변화하는 삶이 좋습니다"라고 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