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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괴담, 확인해보니 대부분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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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괴담, 확인해보니 대부분 가짜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3.08.09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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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방사능 피폭' 주장 돌연변이 꽃 사진 등 짜깁기, 조작 드러나
 
▲ '일본은 벌써 망했습니다. 일본여행? 그저 웃지요'라는 글에서 제시한 일본 방사능 지도다. 세슘으로 오염된 부분은 검은색으로 칠해져있다.

지난 7월 15일 한 정보 공유 사이트에 ‘일본은 벌써 망했습니다. 일본 여행? 그저 웃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일본 영토의 70% 이상이 세슘에 오염됐다는 지도와 일본 정부가 이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호주와 캐나다는 이러한 이유로 일본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글은 삽시간에 SNS와 블로그를 통해 퍼져나갔다.

유명 과학지에서 발표했다는 사진과 한 교수의 강의에서 발췌한 내용들, 그 외 방사능에 대한 상세한 자료들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은 “일본에 절대 안 가야겠다, 이제 수산물도 못 먹겠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며칠 뒤 이 글의 일부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 의견이 등장했다. 몇몇 블로거들은 "글쓴이의 주장과 달리 ‘일본 방사능 지도’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PNAS에서 찾을 수 없었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서 나온 일본 지도에 누군가가 색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검은 색이 칠해진 ‘일본 방사능 지도’는 PNAS와 르몽드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또 일본인이 방사능 측정을 하고 정보를 교류하면 10년 형에 처해지는 법안이 일본 의회서 통과됐다는 주장 역시 한 일본 신문의 추측성 기사가 확대 해석돼 전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미래창조부도 이런 법은 일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사건으로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이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역시 판매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와 캐나다가 일본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호주와 캐나다 외무부가 비용 절감의 이유로 비자 신청 방식을 바꾼 것이지 후쿠시마 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 안전위에 따르면, 후쿠시마의 원자로가 체르노빌의 11배라는 이 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기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량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10~20%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글은 게시된 지 10일 만에 "자신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자료를 찾는 중에 과장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것이 있었다"라는 글쓴이의 사과와 함께 삭제됐다. 하지만 이미 공유된 글은 아직도 인터넷 상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

글이 삭제된 25일 후쿠시마 원전 3호기에서 초고농도의 방사능이 포함된 수증기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자 일본 방사능에 노출된 돌연변이 식물들의 인증샷이 등장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식물들은 꽃 속에 꽃이 피어있고 뱀처럼 휘어져 있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방사능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감을 확대시켰다.

▲ 출처를 알 수 없는 돌연변이 꽃에 대한 기사가 줄지어 올라왔다.

이 돌연변이 식물들이 후쿠시마 원전으로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여러 언론사들이 일제히 이 사진에 대한 기사를 싣고, "사진만 봐도 이렇게 무서운데", "사람에게 영향 끼칠까봐 겁나", "방사능 무섭긴 하네"등 충격을 받은 네티즌들의 반응을 전했다. 몇몇 언론사는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일본 방사능 돌연변이 꽃이라고 추정되는 사진이 구글 검색 결과 8년 전 메사추세츠에서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기자가 조사한 결과 이 사진 중 하나는 지난 2005년 7월 9일 ‘Democratic Underground’라는 미국 정보 공유 사이트에 게재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글에 따르면, 이 돌연변이 노랑 데이지 꽃은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촬영된 것으로 후쿠시마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진이었다.

대학생 김현수(25) 씨는 "일본 방사능에 대한 글을 접하고 사실인지 알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 인터넷으로 찾아봤지만 여러 주장들이 서로 엇갈려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듯한 글에 선동당하기도 싫고 몰라서 피해를 보기도 싫다”며 “정부에서 국민을 위해서 정확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들도 인터넷으로 전문 지식을 찾을 수 있다 보니 대충 짜깁기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SNS가 발달되면서, 이러한 정보들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은 사실과 추측과 거짓이 섞여있어 그럴듯해 보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장기밀매를 소재로 한 영화 <공모자들>이 개봉된 지난 여름 이후에는 장기를 적출하는 범죄 집단에게 잡힐 뻔했다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경험담을 올린 글도 있겠지만 장기매매단에게 납치를 당할 뻔했다는 한 글에는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와 경찰관 이름을 명시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 유투브에서 검색된 'PD수첩 장기매매' 동영상. 현재는 불법 유해 정보로 차단돼 있다.

또 ‘PD수첩 장기매매’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15분짜리 동영상에는 장기매매의 심각성과 인육캡슐, 장기매매 장면과 시체들의 모습이 여지없이 담고 있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는 뉴스 내용과 여러 사진들, 인터뷰들이 섞여 있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진짜,가짜’를 가리는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 동영상 역시 제목과 달리 ‘PD수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동영상의 많은 부분이 연출된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이 동영상은 방송통신심의 위원회에 의해 불법, 유해 정보로 차단된 상태다.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임영호 교수는 "SNS를 통한 뉴스 확산은 사실의 왜곡이나 변형이 훨씬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모든 이가 언론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뉴스 확산 구조 속에서 전통 언론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며 "기존 언론은 사실에 대한 교차확인과 객관성, 균형성을 재점검하고 여론의 흐름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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