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상판이 끄떡끄떡.. 영도다리 끊어지면 내 사랑도 끊어지네."
과거 하루 몇 차례 교량 상판을 80도 각도로 들어올려 다리 밑으로 1000톤 급 선박을 지나가게 하던 영도다리는 부산의 명물 중 명물이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4년 완공됐을 때, 전국에서 6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 다리가 올려지는 장관을 구경했으며, 1966년 고정식으로 바뀔 때까지 그 명성을 유지했다. 한국 전쟁이 터져 북쪽에 사는 사람들이 무작정 남쪽으로 피란을 가게 됐을 때, 피란민들은 혹시나 가족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부산의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다짐하곤 했다. 영도다리는 한국전쟁 중 '미팅포인트'였던 것이다. 그래서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의 가사 속에는 금순이란 애인과 피란 중에 헤어진 한 남자가 영도다리 난간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훌리며 금순이를 애절하게 기다리는 대목이 나온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고향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오는 11월 24일 영도다리의 도개(跳開)기능 부활을 두달여 앞둔 지난 9월 6일부터 3일간 국내 유일의 다리 축제인 제21회 ‘영도다리축제’가 남항대교 수변공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영도다리가 전국적인 명물로 재탄생하는 기대감 때문인지 이번 축제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려 다채로운 행사를 즐겼다.
이번 개막 행사에는 개그맨 이창명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김무성 국회의원, 어윤태 영도구청장 등이 참석했고, 영도구민 뿐만 아니라 많은 부산시민이 축제를 즐겼다. 이번 영도다리 축제를 기획한 성한경 영도다리축제 추진위원장은 “영도다리 축제를 전국 제일의 축제로 만드는데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영도다리축제는 16회까지 ‘절영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다가 17회부터 ‘영도다리축제’로 명칭을 바꿨다. 영도다리축제는 명칭을 바꾸고 나서부터 영도다리를 홍보의 중심에 내세워 영도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영도다리축제는 올해부터 부산시가 우수 축제로 지정하여 자갈치축제에 이어 부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영도다리축제의 슬로건은 ‘보물섬 영도에서 만나요’다. 또한 영도다리축제는 총 42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원로가수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로 유명한 영도의 상징적 인물인 ‘굳센 금순이 선발대회,’ ‘영도다리 가요제,’ ‘영도 역사 시민퍼레이드,’ 영도 외곽을 한번에 둘러 볼 수 있는 ‘절영도 선상투어,’ 영도의 대표적인 문화마을로 거듭나고 있는 ‘흰여울 문화마을 체험,’ 그리고 영도의 60, 70년대의 생활상을 반영한 ‘추억의 거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로 시민들을 매료시켰다. 추억의 거리 세트장에 찾아온 영도구민 김혜인(42) 씨는 “어렸을 때 보던 것들을 지금 보니까 반갑고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도다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옛 전차 종점을 지나 본 공연장인 남항대교 수변공원까지 이어지는 ‘영도 역사 시민 퍼레이드’다. 이 퍼레이드는 영도 주민들이 영도의 역사를 상징하는 다양한 테마로 퍼레이드에 참여하여 직접 영도를 알리고 지역 사랑을 고취하기 위해 기획된 영도다리축제의 꽃이다. 이 페레이드에는 이 파올해는 영도구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동아리를 포함한 8개의 팀이 참가했다. 이번 퍼레이드에 ‘보물섬 영도’라는 테마로 참가한 봉래동 요가팀 강현주(56) 씨는 “예전에는 축제를 작게 했었는데, 이제는 규모도 커져서 뿌듯하다. 이런 퍼레이드에 참여해서 내 고장을 알리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많은 부산 시민의 관심 속에 성대하게 막을 내린 21회 영도다리축제는 내년에 더욱 새로워진 모습으로 찾아올 계획이다. 어윤태 영도구청장은 “부산의 우수 축제로 선정된 만큼 우리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고 서로 화합과 발전을 도모하는 그런 축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