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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신종 업소 '사설 스터디룸’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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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신종 업소 '사설 스터디룸’ 성행
  • 취재기자 강민아
  • 승인 2013.10.20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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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못찾아 발 구르는 스터디그룹 수요에 맞춰 곳곳 등장

부산 동의대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나현정(25) 씨는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스터디 그룹 회원이다. 나 씨는 최근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과 비슷한 취업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고 같이 취업 준비하자고 제안하여 취업 스터디 그룹을 결성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도 매주 모여 취업 정보를 교환하고 모의 면접을 연습하기로 했다.

그런데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회원들 소속 대학이 다 달라, 특정 대학이 제공하는 학교 안 스터디룸 공간을 이용할 수 없었다. 요즘 대학들은 도서관 등 학교 내에 그룹 스터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타대생 출입 금지인 곳도 있고 예약이 밀려 차례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대학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씨 스터디 그룹은 부산대 앞 번화가에 사용료를 내고 스터디 그룹에 공간을 빌려주는 업소를 발견하고 한시름 놓게 됐다. 테이블은 물론 빔 프로젝터와 화이트보드까지 갖춘 사설 스터디룸은 나 씨 그룹이 공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나 씨는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도 부족함이 없어서 스터디 룸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사설 스터디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터디룸이란 취업 준비, 어학 공부, 조별 과제를 하는 스터디 그룹에게 돈을 받고 공간을 빌려주는 신종 업소다. 장소를 못 찾아 발을 동동 구르는 스터디 그룹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성행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대학가인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에는 골목마다 눈에 띌 정도로 스터디룸이 많다. 여기서 스터디룸을 운영 중인 김현준(30) 씨는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단골 그룹이 생길 정도로 성업 중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방학 때는 말할 것 없고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 시간대 예약이 꽉 찼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 사설 스터디룸에서 취업 공부하는 취업 준비생들. 이곳의 시설은 대학 내 스터디룸과 별 차이가 없이 잘 갖춰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민아).

이들 스터디룸은 규모가 제각각이지만 대개는 3-4명부터 많게는 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이즈의 방들을 갖추고 있다. 룸 내부에는 수용 인원수에 맞는 테이블과 빔 프로젝터, 컴퓨터, 화이트보드 등 스터디에 필요한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다. 스터디 룸의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이며, 이용자들은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다. 스터디룸의 사용료는 시간과 인원수로 계산된다. 1인 1시간 기준으로 사용료가 1000원에서 2000원 정도이고, 2시간이 기본이다. 또한 장기간 정기적으로 사용하거나 오전 등 사람이 뜸한 시간대에 이용하면 할인 혜택도 있다. 스터디룸은 음료와 커피를 추가 비용을 받고 제공하기도 한다.

경성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용범(25) 씨는 일주일에 3회 부산의 또 다른 대표적 대학가인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 스터디룸에서 친구들과 토익 스피킹 공부를 한다. 김 씨와 스터디 회원들은 모두 5명으로 각각 학교가 달라 학교 내 스터디 룸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어 모임 공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처음에는 주로 학교 앞 카페에서 스터디를 했는데, 터진 공간인 카페가 시끄러워 더 이상은 스터디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서기 시작한 스터디룸은 그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김 씨는 “우리는 말하는 공부 활동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다. 카페보다 스터디룸은 이용료도 싸고 시설도 우리 목적에 딱이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터디룸 영업이 아직 초기라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없다는 것. 경성대 학생인 이아람(25) 씨는 조별 과제 때문에 스터디룸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전화번호를 몰라 직접 방문해서야 예약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사설 스터디룸도 학교처럼 온라인 게시판 같은 곳을 통해서 예약을 쉽게 하면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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