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매물 노리는 ‘리셀러’ 상술에 멍드는 소비자들...대량구매 후 고가에 되팔기 / 이도현 기자
취재기자 이도현
승인 2017.12.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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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구매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줄서기 알바 고용 등 다양한 수법 동원
대학생 이진형(24) 씨는 매일 두어 시간씩 인터넷을 뒤져 한정판 매물을 찾아다닌다. 물건이 되겠다 싶으면 미리 사놓았다가 나중에 되팔아 짭짤한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말 평창올림픽 롱 구스다운(평창 롱패딩) 광풍 때, 이 씨는 재빠르게 한 벌 사놓았다가 되팔아 10여 만 원을 남겼다. 공식 판매가 14만 9000원에 사서 열흘 뒤 인터넷을 통해 25만 원에 되판 것이다. 이 씨는 이전에도 한 브랜드에서 한정판으로 텀블러가 나왔을 때 이런 저런 한정품을 되팔아 용돈벌이를 쏠쏠하게 했다. 이런 이 씨를 두고 주변 친구들은 옛날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김선달에 비유해 '현대판 이선달'이라 부른다.
이 씨처럼 자신이 구입한 물품을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람을 리셀러라 한다. 요즘 사이버 시장의 확대에 발맞춰 리셀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충분한 시간과 정보만 있으면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리셀 시장은 다른 일에 비해서 비교적 수입을 쉽게 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이런 리셀 시장의 확대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지나친 이윤 추구와 독과점 때문에 정작 그 물품이 필요한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품귀현상을 빚기 때문이다. 한 커뮤니티의 이용자는 “이번에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나온 자카드 드레스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이미 품절돼 중고거래 사이트를 알아봤더니 깜짝 놀랐다"며 "30만 원에 출시된 드레스의 중고 가격이 52만 원으로 껑충 뛰어 있었고, 심지어 판매자가 남성이었다”며 "리셀러 때문에 정작 제품이 필요한 사람은 피해를 본다"고 불평했다.
작년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려던 이준혁(24, 부산진구 가야동) 씨는 “콘서트 티켓은 판매가 시작된 지 1분만에 매진되기 때문에 빠르게 예매하기 위해서 컴퓨터가 좋은 PC방까지 갔지만 실패했다"며 "매크로를 사용해 티켓을 대량 구매해 되파는 리셀러 때문에 티켓 정가의 3~4배나 하는 비싼 암표만 남아 결국 콘서트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셀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제품을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구매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 명당 한 개의 제품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제품의 경우, 판매되기 5~7일 전부터 매장 앞에 텐트를 치거나 대량 구매를 위해 대신 줄을 서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리셀러들은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이런 리셀러들의 대량 구매를 막으려고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콜라보 제품이나 한정 판매 제품을 온라인 추첨체로 판매한다.
정식으로 등록된 사업자가 아닌 리셀러들은 SNS나 온라인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적발하기 어려워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 협회의 신현두 사무총장은 "리셀러는 건전한 소비문화를 해치는 매점매석 행위이며, 피해 예방을 위해 합리적인 소비자는 리셀러의 상품을 구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