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학과로 편입을 준비하던 대학생 박모(22, 충북 청주시 상당구) 씨는 두 달 전 인터넷 중고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100만 원 상당의 캠코더를 구매하기로 했다. 중고 매물이 귀한 탓에 박 씨는 상품이 올라오자마자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판매자는 문자로 자신의 명함과 판매하는 캠코더의 상세 사진을 첨부했다. 박 씨는 사기피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www.thecheat.co.kr)에 판매자의 계좌번호를 입력했지만 사기 전적이 뜨지 않아 안심하고 100만 원을 입금했다.
다음 날, 박 씨는 중고나라에 들어가 캠코더 매물을 확인했다. 그런데 다른 판매자의 아이디로 어제 자신이 받은 사진과 똑같은 제품이 올라와 있었다. 깜짝 놀란 그는 판매자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사기라고 확신한 박 씨는 곧바로 경찰서에 가서 사건을 접수했지만, 경찰은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사기범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중고 거래 사기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기 신고를 접수하더라도 범인을 찾아 돈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거래에 이용되는 계좌가 주로 대포통장이어서 범인을 잡는데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피해금을 전액 받아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고 거래 사이트는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경찰은 자신들이 피해 금액을 받아주는 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원(20, 부산시 진구 가야동) 씨도 중고 사이트에서 태블릿PC를 사기 당했다. 김 씨는 10만원 상당의 태블릿PC를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했다. 그런데 판매자는 돈을 받자마자 연락을 끊었다. 알아봤더니 판매자는 거래 사기 상습범이었다. 김 씨는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했고, 범인이 잡혔지만, 적절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김 씨는 “범인이 돈이 없어 보상을 못해준다고 하면 다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인터넷 중고거래가 점점 늘어나면서 중고 거래 사이트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번개장터’가 있다. 2003년 12월에 개설된 중고나라는 현재 1500만 회원이 하루 평균 10만 건 이상의 물품을 거래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모바일 장터로 누적다운 890만 건, 등록된 물품 수는 6000만 개가 넘는다.
모바일을 통한 간편한 상품등록으로 빠르게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변지영(22,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씨는 “절판된 책이나 한정판 블루레이 같은 경우에는 매물을 쉽게 구할 수 없다”며 “비싼 전자기기도 중고로 구입하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종종 중고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중고나라는 중고 거래를 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안전거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에 출시된 중고나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실명인증 회원가입 절차를 강화했다. 또 거래자의 사기신고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경찰청 사이버캅’을 업계 최초로 탑재했다. 지난 3월에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함께 “사이버 범죄 예방 수칙" 캠페인을 진행했다. 하지만 중고 거래 사기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재 경찰청은 중고 거래 사기 유형 대신 개인 간 물품을 주고받는 ‘직거래 사기’ 유형으로 관련 통계를 취합 중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만 5877건, 2015년 6만 7861건, 2016년 7만 6228건 등으로 인터넷 사기 건수가 매 해 증가하고 있고, 이중 대부분이 직거래 사기 건수라는 것이다.
‘중고나라’ 카페 공지에 기재되어 있는 메시지 (사진: ‘중고나라’ 카페 화면 캡쳐)
사기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직접적인 보상은 받기 어렵다.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주)큐딜리온은 중고나라 카페 공지에 "큐딜리온은 통신판매 중개자일 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판매 회원과 구매 회원 간의 상품거래에 관여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어떠한 보증이나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경찰은 피해보상 처리를 직접적으로 해줄 수 없다. 그 대신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 홈페이지에 직거래 사기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전광판을 통한 홍보를 벌이는 등 직거래 사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에게 보상하라고 말은 못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사건 처리나 통지를 하면서 지원제도와 법적인 절차를 안내해준다”며 “중고 거래는 사전에 구매자가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