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다음달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합동문화공연에 대해 북한 측이 29일 통일부에 ‘취소통보’를 해왔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북한은 이날 밤 10시10분께 "2월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담긴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통지문에서 북한 측은 "남한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 행사까지 시비해 나선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정부는 이런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문화합동공연을 제외한 나머지 일정들에 대해선 취소 통보하지를 않았지만, 정부는 마식령 스키장에서 열릴 남북 스키 선수 공동 훈련 등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한 당국자는 "북측은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만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면서도 "나머지 행사의 개최 여부에 관해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31일부터 남북 스키 선수 공동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전세기를 이용해 북한의 갈마공항으로 보낼 방침이다.
통일부는 이에 앞서 29일 정례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국가대표 상비군, 청소년 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 선수단은 강원 양양 비행장에서 항공편을 통해 원산 갈마 비행장으로 향한다. 남북 선수들은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알파인·크로스컨트리 공동 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동 스키훈련을 위해 갈마비행장으로 전세기를 띄우게 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백 대변인은 "북측이 공항 이용 등 제반 편의를 제공한다"며 "비행장 이용료와 영공 통과료는 따로 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북한에 대량 현금(bulk cash)을 제공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는 불식시킨 셈”이라고 평했다. 남북 교류 행사에 필요한 비용을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부담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충돌할 우려가 제기됐던 터다.
아울러 백 대변인은 ‘북한 공항을 거쳤던 항공기가 180일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전세기를 선택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남북합동행사 관련해서는 제재 관련 논란이 없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그런 우려 사항, 고려 사항들을 잘 참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이데일리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의 미국 내 입항 180일 금지 등의 대북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원론적인 수준의 브리핑이었지만,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썩 달갑지 않다. 온라인 뉴스란 댓글창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에 호평 일색 댓글만 달렸던 양상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상당수 국민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네티즌은 “몇 푼 되지도 않는 공항 이용료 면제해주는 게 뭐 그리 감사하다고 이렇게 떠들고 있냐”며 “국민들이 그렇게도 반대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태도, 정말 신물 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북 제재안을 위배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것저것 다 퍼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게 보인다”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합동 훈련, 애초에 거기 가지 않았으면 낼 필요 없던 돈이었다. 애초에 안 낼 돈 굳이 가서 면제 받았다고 으쓱하는 태도가 참 우습다”고 비꼬았다.
마식령행 자체를 비판하는 의견도 다수다. 한 네티즌은 “올림픽을 홈구장 평창에서 하는데 왜 선수들이 홈구장 놔두고 마식령까지 가는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며 “다른 외국 선수들도 평창에서 몸 푸는 마당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라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