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소액 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무담보 즉시대출'이라는 솔깃한 조건이지만 실은 일주일 10%의 초고금리 상품인 이들 불법 대출은 상대적으로 금융지식이 부족한 대학생들을 신용불량자의 수렁에 빠지게 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부산의 몇몇 대학가에는 ‘10만원 대출, 일주일 후 11만원 상환’이라고 쓰여진 명함을 건네며 접근을 대출업자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때로는 대학 구내 학생 식당, 화장실 등에도 이들의 쪽지 전단이 이곳저곳에 뿌려져 있다. "10만원 빌려줄테니 일주일 뒤에 1만원 더 갚으라"는 조건은 얼핏 보면 큰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주리(週利) 10%면 연리로 환산할 때 500%가 넘는 초고금리다. 법정 이자 상한선 연리 34.9%를 훨씬 초과하는 불법 금융행위인 것이다. 이에 대한 감각이 없고, 지금 당장 용돈이 급한 대학생들은 이 소액대출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기 마련이다.
부산 금정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모(26) 씨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직접 벌어 쓰지만 아르바이트 비를 제때 받지 못해 때때로 곤란을 겪는다. 김 씨는 “당장 내야 할 돈은 많은데 가게 사정으로 아르바이트 비를 제때 받지 못해 난감했던 적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와 부모님께도 자주 돈을 빌리게 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선뜻 빌릴 수가 없었다. 학교 앞에서 나눠준 소액 대출 명함을 보고 혹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남구 대연동에서 원룸 생활을 하는 대학생 박모(26) 씨는 실제 이 급전 대출의 유혹에 빠져들었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지난 연말 잦은 술자리로 한 달치 용돈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원룸 관리비와 점심값, 교통비, 담배값까지 없어 쩔쩔맸다. 그때 학교 식당에서 대출 전단에 눈에 띄었다. 급한 김에 주저없이 그 전화번호로 접촉해 5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 돈 역시 마른 사막에 부은 물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결국 박 씨는 원금은 물론 1주 5만원, 한 달 20만원의 이자를 갚지못해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부모님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호된 꾸지람을 듣고 나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그 사채의 늪에서 헤쳐나올 수 있었다. 박 씨는 "사채의 늪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무서운줄 몰랐다"면서 "다시는 그런 급전 대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대부업체의 경우 재학증명서, 주거래 은행의 통장 사본 등의 서류를 요구하는데다가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금액에 제한이 있다. 이에 비해 소액대출 업체의 경우, 각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생증 확인만 하거나 IT기기, 휴대폰, 귀금속 등을 맡기는 등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대출이 가능하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학생들은 간단한 방식의 소액대출을 찾는 추세다. 하지만 ‘소액급전대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채 대출 받은 대학생들은 원금보다 이자가 더 많아지게 되는 사채의 덫에 걸리게 된다.
울산대학교에 다니는 윤모(23) 씨는 “개강하고 대책 없이 생활비를 다 써버려 급전이 필요했는데 하숙집 앞에 꽂혀진 학생증만 보여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를 보고 30만원을 대출받은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일주일에 3만원씩 이자가 붙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어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간신히 해결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부업체는 금융위원회나 금감원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며, 허가받지 않은 대부업체가 연간 30% 이상의 금리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이 같은 대출 광고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소액대출 광고에 개인 휴대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본인 명의가 아닌 대포 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리의 불법업체라고 판단되면 경찰에 바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