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은 허브 공항 선점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이다. 현재로서는 인천국제공항이 리드하며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에는 연간 이용객이 6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서의 실익도 톡톡히 챙기고 있다. 환승객들의 편의를 위한 공항 체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공항 시설들을 수요자 편의 중심으로 적극 개선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2여객터미널을 개장하며 이용객 72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머드 공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아시아 허브 공항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예정이다. 베이징의 남쪽에 신공항이 들어서게 될 예정인데, 연간 이용객이 현재의 수도 공항과 합치면 약 1억 명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베이징의 신공항 개항에 바짝 긴장하는 곳은 다름아닌 인천국제공항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도쿄 도심과 거리가 먼 나리타 공항의 이용객이 줄어들자, 다시 하네다 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재승격시키며 근거리 환승을 유도했다. 그러자 하네다 공항의 이용객도 증가했고, 이에 자극받은 나리타 공항도 적극적인 저가 항공 유치 등을 통해 승객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이징 신공항 개항 소식은 주변국의 공항에겐 큰 숙제를 안겨준 결과가 됐다.
이는 비단 대규모 국제공항만의 고민은 아니다. 일본의 주요 거점 도시는 물론 우리 나라 지역 공항들도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삿포로의 신치토세 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을 연결하는 구간을 ‘스마일로드’로 지정하고, 북해도의 한정판 기념품과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쇼핑공간을 만들었다. 삿포로와 홋카이도의 인기 관광지를 다 둘러보지 않더라고 공항에서 얼마든지 고품격 과자나 케이크, 해산물과 치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공항 이용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스마일로드’가 차츰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출국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쇼핑을 즐기게 됐다.
신치토세 공항은 여기서 더 나아가 고급 초콜릿 제과의 공장을 공항 내에 유치하고, 도라이에몽 등 캐릭터 키즈존과 레스토랑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발길도 묶어 놓았다. 천천히 둘러보며 구경하고 즐기다보면 2~3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환승객이 많은 허브 공항이 아니라 지역의 거점 공항이지만 신치토세 공항에는 늘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삿포로의 맛과 멋을 경험하고 누린다. 특히 삿포로와 홋카이도의 지역 브랜드들을 한 곳에 모은 덕분에 자연스레 삿포로의 도시 브랜딩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고속버스 터미널마냥 볼거리와 먹거리가 없는 국내 지역 공항들은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의 공항 운영 전략은 섬세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저 교통의 플랫폼으로서의 공항이 아니라 도시를 보다 더 생생하게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도시 브랜드 플랫폼으로서의 우리 지역 공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