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삿포로에서 발견한 도시 브랜드 인사이트
요즘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골목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뉴욕타임즈에 소개되며 세계인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선정된 ‘전포 카페거리’는 부산 여행의 성지가 되었다. 붐을 일으켰던 전포동 공구 골목을 넘어 이웃 동네까지 카페가 들어서면서 그곳은 서울의 ‘경리단길' 이름을 본 떠 ‘전리단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울 ‘익선동’, 경주 ‘황리단길’, 광주 ‘송정시장’ 등 꼭 가봐야 할 이유가 분명한 골목길이 하나둘 뜨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골목길이 도시 연구의 큰 주제로 부상했다. 과거 공공과 민간투자가 빚어낸 도시개발 방식과 거꾸로 흘러가는 골목길의 재발견은 단순히 트렌드로만 짚어내기엔 부족함이 있다.
요즘 출판가에서 높은 판매부수를 보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가 펴낸 <골목길 자본론>은 사람들의 골목길에 대한 관심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모 교수는 최근의 골목길은 도시 경제의 다양한 공공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골목길을 하나의 자본으로 이해해야 하며, 따라서 골목길은 기억, 추억, 역사, 감성을 기록하고 신뢰, 유대, 연결, 문화를 창조하는 사회자본이라는 것이다. 모 교수는 그동안 주거 공간, 생활 공간으로만 인식되던 골목길의 변화를 경제적 가치로 이야기하고 있다.
골목길이 하나의 지역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성장하는 모습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서울의 ‘가로수길’과 ‘홍대앞’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가로수길과 홍대앞에 대기업의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골목을 함께 지키고 고민하는 ‘Hello가로수길‘과 ’스트리트H’ 같은 지역 컬쳐 매거진 문화가 있었기에 골목의 정체성과 문화적 의미 부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삿포로의 다누키코지 아케이드 상가는 130년이 넘는 상가 골목을 현대화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양쪽 빌딩가의 뒷골목이었던 다누키코지 상가에 악천후에 대비한 천정을 만들어 보행하기 편한 구조로 만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거리에 상점과 맛집, 카페가 들어서고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저렴하고 깔끔한 게스트하우스도 들어섰다. 그야말로 다누키코지 상가 는 그 내부에서 1일 생활이 가능해질 정도로 콤팩트한 장소가 되었다.
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