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 두산 등 대기업들이 입사 지원자들의 공인 어학 성적보다는 스피킹 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자체 영어회화 평가 툴을 제작해 시행하는가 하면, 영어 면접을 도입한 기업도 늘어났다. 취업 준비생 김나리(23, 부산 사하구) 씨는 이런 기업의 면접 경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토익보다 영어회화 공부하는 시간을 더 늘렸다. 취업 전문가 정철상(44,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씨는 토익 점수가 높아도 영어회화 못하는 사원들이 많다는 현실을 기업이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영어회화 교육 서비스가 속속 등장해 취업 준비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3동에 위치한 외국어 프리토킹 카페 ‘엘존외국어카페’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카페에는 8명에서 15명의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이 상주하며 한국인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한국인은 월 9만 9,000원을 회비로 내면 매일 오후 3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시간제한 없이 외국인들과 대화할 수 있고, 포켓볼을 치거나 보드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다.
취업 준비생으로서 이 카페 회원인 박시현(23, 동아대학교 재학) 씨는 엘존카페에 오기 전 몇 개월간 통상적인 영어회화 학원에 다녔다. 그런데 얼마 전 한 기업의 입사 영어 면접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진짜 헛배웠구나 생각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바로 다니던 영어 회화 학원을 그만두고 이 카페에 왔죠”라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이 카페의 회원 수는 30%가량 증가했다. 이런 카페식 영어회화 학원은 부산의 엘존카페 외에도 경기도 성남 분당구의 루시앤마르코스 하우스, 서울시 강남구의 청담잉글리시카페가 있다.
직접 외국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생겼다. 인터넷 무료 화상 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를 활용한 영어회화 서비스가 그것이다. 스카이프 교육업체인 스카이듀(Skypedu)의 한 관계자는 “스카이프로 화상 통화를 하면 음성통화보다 현장감이 있고, 표정과 제스처 등 생생한 상황 속에서 영어회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듀의 화상 영어회화 서비스를 수강 중인 김현영(23, 부산 진구 당감2동) 씨는 스카이프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걸어 다니면서도 영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 서비스는 종전의 영어 회화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는 살아있는 영어를 공부하는 느낌을 줘요”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현재 30여 개의 기업이 스카이프를 활용한 영어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하루 1시간 통화 기준으로 월 10만 원 정도의 이용료를 내면 된다.
최근엔 화상통화보다 더 간편한 공부방법을 찾는 이를 위한 카카오톡 1:1 개인교습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는 외국인과 자유롭게 카톡으로 영어 필답을 하면서 틀린 문장을 교정받고 싶을 때 효과적이다. 카카오톡 회화 튜터링 기업 TELLA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박현아(26,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씨는 “외국인과 영어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재미가 쏠쏠해요”라고 말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김삼문(47, 부산 해운대구 우1동) 씨는 “외국인과 자연스런 환경 속에서 대화를 통해 외국문화를 습득하고 친화력을 기른다면 영어회화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