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교수팀 "청력 이상 2배, 정신질환 1.4배 확률 더 높아"...직종 따른 스트레스 대책 마련 시급 / 김민성 기자
특수한 상황에 대비해 항상 대기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일반 노동자들보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주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이 8일 '대기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9.3%(2723명)이 대기 근무를 했고 나머지 90.7%(2만 6524명)은 일반적인 근무자였다. 개인적 특성과 근무 환경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기 근로자에게 심혈관질환을 제외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근로자가 청력 이상을 겪을 확률은 일반 근로자의 2.06배였다. 요통, 근육통 등 신체적 건강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대기 근로자가 근무 시 전반적으로 신체적 긴장에 더 노출되있다는 의미다.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적 질환을 겪는 비율도 대기 근로자가 일반 근로자의 1.43배에 달했다. 불면증과 수면장애 확률도 1.4배나 높았다.
부산 진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대기 근로자 김인태(43) 씨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응급환자를 대비해서 항상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 근로자가 정신적인 질환을 겪는 이유는 언제든 닥칠 상황에 근무에 투입될 준비를 해야하는 시스템이 더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 근로자는 비교적 일반 근로자들보다 신체적인 활용도가 업무 시에 더 높고, 교대 근무가 잦으며,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도 영향을 미친다. 야간 근무, 근무연장에 따른 피로 누적과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평소 압박감이 더 작용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대기 근무가 건강 문제와 신체 손상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지금까지는 앞으로는 다양한 직종의 업무와 스트레스의 인과 관계 파악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학생 김민재(22) 씨는 어릴 적 경찰이었던 삼촌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땐 삼촌이 그저 멋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