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유명 치과 의원이 환자들에게 ‘교정 시술’ 돈을 받고 진료를 일방적으로 중단해 논란이 됐다. 처음에 50명이었던 피해 환자는 며칠 새 200명으로 불어났다. 경찰은 고소 민원이 폭주하자 이례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고소 접수를 받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 강남구 유명 치과 관련 고소 절차 안내’라는 공지글을 지난 29일 게시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해당 글을 쉽게 접하도록 홈페이지 오른쪽 상단에 노란색 배너도 만들었다. 게시글에는 해당 치과 고소를 위한 고소장과 진술서 양식이 첨부돼 있다.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재 피해자 여러분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사건에 대한 상담과 문의가 폭주하고 있어 개개인에게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해드리지 못하는 점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고소장 작성과 접수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고소장 접수 방법을 안내한다”며 “서울강남경찰서는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수사를 최대한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경제 5팀에서 전담하고 있다. 경찰이 온라인에 특정 사건에 대한 고소 절차 안내문을 게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피해자들의 고소가 급격히 늘며 경찰 업무가 마비되자 내놓은 대책이라고 한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50명이었던 고소인은 최근 250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고소인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해당 치과는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의 교정 전문 ‘이벤트 치과’로 이름을 알렸다. 치아 교정 할인 이벤트를 상시적으로 진행했다. 환자들을 대량으로 모집하기 위해서다. 병원 측은 상담 당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교정 치료 선금을 요구했다. 그러던 지난 19일 병원은 치료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병원 확장 공사가 이유였다. 결국 피해 환자들은 지난 25일 치과 원장 강모 씨를 사기 혐의로 집단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해당 치과의 허위·과장 광고도 지적했다. 치과는 특수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교정으로 완벽하게 교정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2년이 넘도록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치과의 담당 의사가 밥 먹듯이 바뀌어 ‘10초 진료’ 치과로 불렀다.
일부 환자의 경우에는 해당 치과의 진료로 부작용도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라고 밝힌 A 씨는 “문제 병원에 교정비용을 내고 어쩔 수 없이 현재 타 병원에서 다시 비용을 지불해 치료받고 있다”며 “옮긴 병원에서는 치열 상태가 엉망이라 교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논란이 증폭되자, 병원 측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진료 중단 이유를 해명했다. 병원은 “최근 대한치과교정학회가 ‘저가 이벤트’를 하는 교정 전문의들에게 자격정지 등 조처를 취한다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본원 의료진이 퇴사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병원은 일부 진료만 진행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되자, 치과 원장 강모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강 씨는 사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강 씨를 불구속으로 입건해 한 차례 불러 조사도 했다. 경찰은 우선 최대한 많은 피해자의 고소장을 접수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은 문제의 치과에서 진행했던 '투명교정' 등 치과 부실 진료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투명교정 관련 불만은 86건이다. 전년동기 30건 대비 186.7%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부실진료’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부작용 발생’에 대한 민원도 많았다. 교정의 효과가 없다거나, 진료 및 관리 소홀, 교정장치 제공 지연 등이 문제가 됐다.
한국소비자원은 “투명교정의 경우 성실하게 진료를 받더라도 원하는 대로 교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단계별로 교정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자들을 위해 1372소비자상담센터 , 국번없이 1372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