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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부터 가족까지 "공짜로 사진 찍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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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부터 가족까지 "공짜로 사진 찍어 드립니다"
  • 취재기자 조소영
  • 승인 2014.11.2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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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포토그래퍼 배동준 씨..."추억의 가치는 소중한 것이죠"

학교생활, 아르바이트, 연애 등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쓰기도 바쁜 20대 청춘들은 24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아무 대가없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남에게 나눠주는 청년이 있다. 부산시 진구 가야동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대학생 배동준(24) 씨는 알지도 못하는 남의 사진을 찍어주고 추억의 가치를 전한다.

▲ 업무를 보는 배동준 씨(사진: 취재기자 조소영).

동준 씨는 과거 사진관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친숙했다. 어린 시절 동준 씨는 주로 아마추어 사진사인 아버지의 사진 모델이었다. 사진관 주인이었지만 전문 사진작가는 아닌 동준 씨 아버지는 MBC 아마추어 사진작가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진 애호가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이삿짐을 옮기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본 동준 씨는 사진이야말로 미래에 추억을 전하는 가치를 가진 예술임을 깨닫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그때부터 동준 씨는 사진의 매력을 느끼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2011년 군 입대 후에도 틈틈이 사진을 공부했던 동준 씨는 2013년 제대 후 본격적으로 지인들을 불러 취미삼아, 그리고 재미삼아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처음에는 친구, 연인 등 아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동준 씨는 친구의 가족, 친구의 친구 등으로 점차 촬영 대상을 넓혀갔다. 제대 후 스파 브랜드(SPA 브랜드는 생산, 유통을 모두 한 업체가 맡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옷 브랜드)에서 일을 하면서, 그는 ‘This is no brand’라는 SNS 페이지를 만든다. 여기에서 그는 패션에 관계된 글과 사진을 올리며 2만 5000여 명과 소통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SNS를 통해 그의 사진 솜씨와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하나둘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동준 씨는 모르는 사람들의 갑작스런 촬영요청에 전혀 불쾌해 하지 않았다. 사람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곧 사진사와 모델과의 교감이라는 게 동준 씨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동준 씨는 “처음 만나서 많이 어색해하던 사람들도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속을 보여줘요. 내가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면서 교감한다는 것이 엄청 매력적이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동준 씨가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멋진 인물 사진을 찍어준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SNS도 한몫을 거들었다. 촬영 요청하는 사람 수가 많아지면서, 그 계층도 다양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커플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있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커플은 동준 씨에게 여행경비를 제공할 테니 함께 여행을 떠나 여행지에서 커플사진을 찍어달라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런가 하면 어떤 여성은 30대가 되기 전에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싶다고 누드사진을 촬영하고 싶다고 찾아온 적도 있었다. 동준 씨는 모든 요구를 거의 거절한 적이 없다. 그는 “누군가의 삶의 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제가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죠”라고 말했다.

동준 씨에게 촬영을 요청하는 사람은 젊은이들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명절을 맞아 한복을 맞춰 입고 모인 가족이 가족 사진을 요청한 적도 있다. 그 사진은 그 가족에게 작지만 따뜻한 명절 선물이 됐다. 동준 씨는 어르신들에게 영정사진을 찍은 적도 있었다. 영정 사진을 찍으며 그는 삶을 배우게 됐다. 동준 씨는 “한 인생의 끝에 남을 사진이라 찍으면서도 마음이 많이 무거웠어요.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죠”라고 말했다.

동준 씨는 그 어떤 사진 촬영이라도 절대 돈을 받지 않는다. 자신의 스튜디오를 사용하고 고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비가 들어가는 데도 모두 무료로 봉사한다. 동준 씨에게 사진 찍어주는 것은 취미이며 봉사지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돈을 받는 것은 프로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포토그래퍼는 아니죠. 사람들이 제가 찍어준 사진을 받고 좋아하는 게 저에게는 돈보다 가치 있는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 동준 씨가 무료로 사진을 찍어 주는 스튜디오 내부 모습이다. 사진에 필요한 제법 많은 소품들이 구비되어 있다(사진촬영: 취재기자 조소영).

사실 동준 씨가 무료로 사진 촬영에 사용하고 있는 그의 직장이다. 현재 경남정보대 시각디자인학과 늦깍이 대학생인 동준 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이 스튜디오는 인터넷 소핑몰에 필요한 제품 촬영용인 것이다. 동준 씨는 비는 시간이 많은 스튜디오를 의미 있게 사용하고자 무료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동준 씨가 사용 중인 스튜디오는 원래는 아버지 소유의 창고다. 동준 씨 아버지는 한때 힘들었던 시절에 가족들의 보금자리였던 창고를 아들에게 흔쾌히 빌려줬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동준 씨는 손수 창고를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배 씨에게 스튜디오는 단순히 일터를 넘어 가족의 사연이 담긴 곳이다. 동준 씨는 스튜디오의 이름을 ‘디노브’로 정했다. 그가 운영하던 ‘This is no brand’라는 SNS 페이지의 이름에서 첫 글자만 딴 것이다.

최근에 동준 씨는 디노브를 찾아 주는 젊은이들에게 사진도 찍어주고 고민상담도 해준다. 또래에 비해 빨리 꿈을 발견하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동준 씨는 젊은이들에게 도움말을 해줄 수 있는 입장에 어느새 서게 됐다. 어떤 때는 사진 찍어 달라고 오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갖고 그를 찾는 사람이 더 많은 날도 있다고 한다. 상담하는 사람이 늘자, 동준 씨는 상담을 위해 책을 보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 스튜디오 디노브의 외관(사진: 취재기자 조소영)

동준 씨는 사진 찍어주기, 쇼핑몰 운영, 상담 어느 하나라도 이제는 멈추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이것들이 자신이 갈 길의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가능성이라는 동준 씨는 “어떤 것이든 안 될 것도 없고, 반면에 100% 확실한 것도 없죠. 그 가능성 중 무엇을 선택하는 가는 자유죠. 저와 같은 청춘들이 이 가능성 중 최대한 행복한 길을 찾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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