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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이 결정됐다. 16강과 8강으로 이어진 새벽 게임을 보느라 밤잠을 설치는 축구 팬들의 고투도 이제 1주일 남짓 남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특이한 장면 중 하나는 축구선수들이 나누는 악수다. 이는 통상적인 악수가 아니다. 하이파이브하듯이 서로 손을 위로 올려서 손바닥을 딱 소리 날 정도로 치면서 마치 팔씨름 하듯 서로의 손을 굳게 잡는 그 악수는 무엇일까? 그런 악수법은 어디서 온 것일까?
한 문헌은 이 악수를 ‘프레데터 악수(predator handshake)’라고 불렀다. 1987년 개봉된 영화 <프레데터>에서 아놀드 스왈제네거가 옛친구 칼 웨더스를 만나서 “야 임마, 오랜 만이다”라고 외치면서 테이블 없이 서서 허공에서 팔씨름하는 형태로 서로 손을 잡더니, 실제 두 사람은 근육질의 팔뚝을 불끈거리며 팔씨름을 한다. <프레데터> 영화의 이 장면에서 유래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프레데터 악수다.
2008년 9월 비프맥두글(BeefMcDoogle)이란 유튜버가 스왈제네거와 칼 웨더스의 팔씨름 악수 장면을 패러디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프레데터 악수의 존재가 널리 퍼졌다. 그리고 프레데터 악수는 그 후로는 ‘팔씨름 악수(arm wrestle handshake)’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퍼졌다.
테니스 관련 웹사이트 ‘Tennis Warehouse’에서 한 독자는 ‘1990년 US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보리스 베커와 야니크 노아가 처음으로 팔씨름 악수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적었다. 정말 이들이 사상 최초로 팔씨름 악수를 한 운동선수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매치 후 상대 선수와 악수를 나누는 것을 전통적인 에티켓으로 중시해왔던 테니스가 팔씨름 악수가 가장 먼저 사용된 종목인 것은 확실하다. 2013년 BBC 뉴스는 윔블던 대회에서 선수 간 팔씨름 악수가 보편화됐다는 기사를 실었다.
스포츠 역사가들은 팔씨름 악수가 미국 흑인들 간 친근함을 표하는 독특한 악수법인 ‘dap(대프) 악수(주먹, 손바닥, 어깨 등을 차례로 경쾌하게 마주치는 것)’, 또는 주먹과 주먹을 가볍게 마주치는 ‘fist-bump(피스트 범프) 악수’에서 유래됐다고 보기도 한다. 근육질의 남성미와 남성간의 진한 우정을 뜻하는 브로맨스를 상징하는 팔씨름 악수가 이제는 남녀 선수 구분 없이 테니스에서 치열한 게임 후 승자를 축하하고 패자를 격려하는 우정의 상징이 됐다. 최근에는 테니스 이외에도 여러 종목에서 선수들은 팔씨름 악수로 진한 승부의 여운을 나누고 있다.
팔씨름 악수가 어느새 축구로도 번졌다. 2014년 월드컵에서는 팔씨름 악수가 성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8년 월드컵에서는 호날두도, 메시도, 네이마르도 모두모두 팔씨름 악수로 파이팅을 주고받았다. 팔씨름 악수는 2018 월드컵의 페어플레이, 그리고 스포츠맨쉽의 상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