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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시대 '악필 교정 학원'이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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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시대 '악필 교정 학원'이 뜨고 있다
  • 취재기자 안건욱
  • 승인 2014.12.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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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만 치고 손글씨 써 본 일 없는 사람 대상... 부산에만 20여 곳

컴퓨터로 글을 쓰는 시대에 손으로 글씨 쓰는 법을 가르치는 악필 교정 학원은 물론 악필 교정 인터넷 강의까지 등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때문에 손으로 글씨 쓰는 일이 적다 보니 우리 사회에 어느새 악필이 많아졌지만, 일상생활 곳곳에서 아직도 손글씨가 제법 쓰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나창욱(38) 씨는 요즘 회사를 마치면 곧장 악필 교정 학원으로 간다. 그 이유는 바로 다른 사람이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를 고치기 위해서다. 나 씨는 회사생활에서 업무상 받아쓴 메모를 동료들에게 전달해줄 때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글씨를 직장 상사가 보고 글씨를 알아 보게 써야겠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부산 사상구에 있는 악필 교정 학원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학원 수강생이 많이 증가했고, 문의전화나 상담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학원장 김모 씨는 악필 교정 학원의 인기는 글씨 교정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캘리그라피가 유행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최근 2~3년 사이에 학원 수도 많이 증가했다. 부산에만 20~30여 개의 학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악필이 늘어나는 현상은 현재 초등학교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김미화(48) 씨는 “원래 초등학생 때는 자신만의 필체가 완성되는 시기인데,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니, 손글씨 쓸 기회가 적어서, 글씨가 엉망인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교총이 최근 교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교사들의 94%가 글씨를 못 쓰는 학생이 늘었다고 대답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권진수(13) 군은 “손글씨를 쓰려고 하면 줄을 맞추기가 어렵고 글씨가 지렁이같이 삐뚤삐뚤하게 써져서 힘들다”고 말했다. 권 군의 어머니 김모(45) 씨는 이런 아이를 보고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손글씨 쓰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잘 쓰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우리 아들 손글씨가 엉망이어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성 엄마들이 미래를 걱정해서 자녀들을 글씨 교정 학원으로 보내는 것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정모(48) 씨는 손글씨가 엉망인 딸을 악필 교정 학원에 보내고 있다. 정 씨는 “딸이 시험 칠 때, 직접 답을 써내야 하는 주관식 문제에서 악필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글씨 교정을 하면 나아질 것 같아서 학원에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5) 씨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글씨를 예쁘게 잘 써서 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박 씨는 악필을 고민하게 됐다. 대학 과제 대부분을 컴퓨터로 작성해서 제출하므로 시간이 흐르면서, 박 씨는 자연스럽게 글씨를 못 쓰게 됐다. 박 씨는 현재 글씨 교정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 대학생 박 씨의 악필 교정 전후 글씨체 비교(사진: 취재기자 안건욱)

악필 교정 강사 유모(33) 씨는 악필 교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세라고 했다. 유 씨는 “글씨를 쓸 때, 허리를 바르게 펴고 양팔을 모아줘야 합니다. 단순히 글씨를 반복해서 쓰는 것은 효과가 작습니다. 잘 써진 다른 글씨체를 따라서 써보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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