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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양조법 가르치는 '연효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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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양조법 가르치는 '연효재'를 아시나요?
  • 취재기자 이정은
  • 승인 2015.03.09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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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장의 진화....'귀농교실,' '된장학교,' '식초학교'도 등장
▲ 부산 남구 문현동에 있는 막걸리 학교 ‘연효재’의 청주 교실 수업장면. 이날 청주 교실에서는 술제떡인 구멍떡을 만드는 수업을 했다(사진: 취재기자 이정은).

중년의 사람들이 여러 항아리 사이에서 잘 빻은 쌀가루를 올려놓고 술제떡(누룩과 함께 전통주를 만드는 과정에 꼭 들어가는 떡의 일종)인 ‘구멍떡’을 만드는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이내 그들은 강사의 말에 따라 교재와 펜을 꺼내 들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받아 적으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각기 직업과 목표는 다르지만, 이들 중년들은 막걸이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곳은 부산시 남구 문현동에 있는 막걸리 학교인 ‘연효재(然酵齋)’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공자님 말씀처럼, 학교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고도 앎에 대한 즐거움을 찾는 일반 성인들을 위한 제2의 교육을 사회교육, 또는 평생교육이라고 한다.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평생교육이 대중화되고 있다. 그것도 과거에는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 사회교육원부터 백화점 부설 문화교실이 성행하더니 요즘에는 ‘귀농 학교’와 ‘막걸리 학교’ 등 이색적인 평생교육장이 생겨,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그중 하나인 부산 막걸리 학교 ‘연효재’는 발효 과정을 이용해서 만드는 막걸리와 청주 등 여러 전통주 빚는 방법을 가르친다. 연효재 교장 김단아 씨는 이곳에서 발효 테라피(발효 테라피란 발효와 치료를 뜻하는 영어인 therapy의 합성어로 발효 식품을 이용해서 피부 질환 등 간단한 질병을 치료한다는 민간요법) 일일체험부터 청주빚기, 누룩만들기 등 발효와 관련된 많은 수업을 진행한다. 김 씨의 연효재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발효 테라피스트가 되고 싶어 수업을 듣는 사람들도 있고, 공장 맥주와 구분하여 집에서 만드는 맥주를 뜻하는 하우스 맥주같이 하우스 막걸리로 장사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수강생들은 일정한 수강료를 낸다.

대구 대경대 호텔조리학부 구본자 교수는 현재 연효재의 청주문화교실에서 청주만들기 수업을 듣고 있다. 구 씨는 발효음식에 대해 학생들에게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연효재를 찾았다. 구 씨는 미생물과 발효가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연효재에서 발효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그 효능을 더욱 확실히 알게 됐다. 구 씨는 발효음식에 관한 장점을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꼭 알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구 씨는 “직업이 교수지만 학생들을 위해 아직도 배울 게 많다”며 “연효재 수업에 참가한 사람들이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이어서 이들과 발효, 술, 음식이라는 주제로 서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본격 수업에 앞서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이 지난 수업에 만든 청주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정은)

최근 귀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사는 노하우를 가르치는 귀농 학교라는 평생교육장도 있다.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에 있는 ‘부산 귀농 학교’는 시민단체인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해서 약간의 수강료를 받고 신청자들의 귀농과 귀촌을 돕는 수업을 진행한다. 귀농 학교 활동가 김영광 씨는 귀농과 귀촌을 돕는 ‘생태 귀농’ 수업부터 장 담기 체험과 텃밭을 일구는 ‘도시 농부’ 수업 등을 진행한다. 귀농 학교 활동가 김영광 씨를 찾아 귀농을 배우는 사람들 중에는 간혹 20-30대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 퇴직을 앞두거나 혹은 이미 퇴직한 50-60대 수강생이 대부분이다. 귀농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수강 사유도 제각각이다. 시골로 거주지를 옮기려는 귀촌을 꿈꾸는 사람, 농촌에서 농업을 업으로 삼으려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김 씨는 귀농학교를 수료한 수강생을 통틀어 약 10%의 사람이 귀농과 귀촌을 실천한다고 귀띔했다.

부산에서 직장 생활하던 김상호(56) 씨는 10년 전부터 자식들이 출가하면 아내와 시골에서 살 계획을 세웠다. 김 씨는 막상 시골에서 살 생각을 하니,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부산 귀농 학교를 알게 되었고, 즉시 등록하여 생태 귀농 수업을 수료했다. 이런 준비를 마치고 김 씨는 5년 전부터 경남 산청으로 주거지를 옮겨 귀촌했다. 김 씨는 “나이 들어서 뭔 공부냐고 사람들은 그랬지만, 나를 포함해 귀농이나 귀촌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이곳은 제2의 학교나 다름없다”며 “덕분에 시골에서 굶지 않고 먹을 갖갖이 채소들은 집사람과 함께 직접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유기농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던 주부 오모(45,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씨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 부산 귀농 학교를 알게 됐다. 오 씨는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에 대해 낯설게만 느껴졌지만 용기를 내어 귀농학교에 등록했다. 오 씨는 현재 귀농 학교 소식지 <아름다운 삶>의 편집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오 씨는 “텃밭 일구는 수업을 들으면서 내 취미생활도 생기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며 “요즘 나는 삶의 생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의 막걸리 학교, 귀농 학교 말고도 대구의 식초 학교, 서울의 된장 학교 등 과거 대학이나 백화점, 그리고 자치단체들 중심의 평생교육장들이 전국적으로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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