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시청 후문 녹음광장에서 ‘시민참여 나눔장터’가 열렸다. 부산시가 주관하는 나눔장터는 종류에 상관없이 중고물건을 판매하고 싶은 이는 누구나 참여해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날은 낮 온도가 최고 20도까지 올라, 많은 시민들이 나눔장터를 찾았다.
2005년부터 시작된 나눔장터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라는 슬로건 아래 매월 세 번째 금요일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녹음광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이날을 시작으로 총 9회(3월~11월)에 걸쳐 개장될 예정이다. 시민참여 나눔장터는 시민들에게 나눔 문화의 소중함을 널리 확산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나눔장터에는 의류나 가방 등 사용 가능한 중고물품을 보유하고 있는 단체나 개인들은 물론, 수공예품, 화초, 재생비누 등을 판매하려는 각종 봉사단체들이 판매자로 참여했다. 나눔장터에 참여하는 단체에는 천막식 부스가 지원됐다. 깔개, 옷걸이 등 판매활동에 필요한 물품은 판매자들이 각자 준비했다. 아나바다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물품의 판매 및 교환 시에는 손님에게 비닐봉투 등 1회용품을 제공할 수 없다. 판매 장소는 판매를 원하는 사람들 중에서 먼저 오는 사람들 순으로 배정된다.
나눔장터에 판매되는 중고물건은 무척 다양했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의류, 가방, 신발부터 시작해 골프채, 낚싯대, 역기, 공구, 제례용품, 장신구 등 수많은 종류의 물건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눔장터는 전체적으로 밝고 웃음이 넘쳤다. 손님으로 온 시민들은 웃으며 가격을 흥정했고, 판매자들은 대부분 흔쾌히 받아주었다. 기분이 내킬 때는 공짜로 물건을 주기도 했다. 물건 옆에 ‘그냥 드려요’라는 문구를 적어두고 애초부터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물건을 나눠주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판매자로 참여한 이들도 있었다.
판매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했다. 40~50대가 주축을 이뤘고, 20대, 60대 판매자들도 있었다. 의류를 판매한 배병도(67, 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몇 년째 참여 중인데, 판매자와 손님 간 감정 상하는 것도 없고, 분위기가 참 좋다”며 “물건을 많이 팔면 좋지만,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싸게 물건을 주기도 한다”며 웃어보였다.
양말, 머리끈, 리본을 판매한 김희운(29, 진구 개금동) 씨는 “보통 나이 드신 분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데,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쓸 만한 물건들을 판매해 판매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손님도 많고 사람 구경도 하고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다른 판매자와 물물교환해 필요한 것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봉사단체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부산 진구에 위치한 ‘정암 100세누리 교육문화원’에서 물건 판매 자원봉사를 위해 나온 정영애(48, 남구 대연동) 씨는 “우리는 교육원 선후배들에게 기증받은 물건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연말에 불우이웃을 도우려 한다”며 “손님들에게 싼 값에 물건을 판매하는 것도 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즐기면서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손님들의 얼굴에도 만족하는 웃음이 가득했다. 시청 주변에 다른 일을 보러 왔다가 나눔장터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녹음광장을 찾은 오영자(64, 연제구 연산동) 씨는 “구매를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물건이 싸고 괜찮은 게 많다”며 “도심 속에 이렇게 정이 넘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고 말했다.
한 시민도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날씨 좋은 날 여기 와서 물건도 살펴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는 게 좋다”며 “앞으로도 나눔장터가 잘 유지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나눔장터에서 물건 판매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부산시와 (사)한국전지재활용협회가 폐건전지 20개를 수거해 오는 시민에게 새 건전지 2개를 주는 ‘새 건전지 줄게 폐건전지 다오’ 이벤트를 진행해, 폐건전지 수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했다. 아울러 (주)동신제지에서는 우유나 두유 종이팩 1.5kg을 모아오면 화장지 1롤을 교환해 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이외에도 건강 상담 코너, 취업 상담 코너 등이 운영됐다.
부산시 자원순환과의 한 관계자는 “나눔장터는 근검, 절약하는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고, 환경과 자원을 보전하는 데 기여한다”며 “앞으로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판매 물품을 준비하고 이색코너를 운영하는 등 대중의 관심을 높여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