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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인은 아주 먼 옛날 전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한 뒤 그 전 애인이 찾아와서 해코지할까봐 매일매일 공포에 떨었던 적이 있었다. 실제로 이별 통보를 받고 수리기사로 위장하여 부모님을 죽이고, 기절할 때까지 때리고, 술 먹고 찾아와 트럭으로 들이받으려고 하는 등의 수많은 데이트 폭력 사례를 뉴스를 통해서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별을 하려고 해도 ‘안전 이별’을 해야 하는 사회가 됐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그동안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와 검찰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대검찰청 강력부는 올해 7월 2일부터 데이트폭력을 3회 저지른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삼진아웃제’을 도입하고, 구속 및 기소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나는 데이트 폭력 삼진아웃제의 모순점을 발견했다. 데이트 폭력을 두 번까지 봐주겠다는 것인가? 두 번째부터도 처음보다 죄질이 나쁜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는 하지만, 가해자들에게는 단 한 번의 면죄부도 허락해선 안 된다. 피해자는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신고를 한 것이다. 만약 경찰과 검찰이 처음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재범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데이트 폭력이 살인처럼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도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467명으로, 매년 약 100명이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고 있었다.
또한 ‘KBS 뉴스’의 최형원 기자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데이트 폭력 방지 법안’이 처음 발의된 건 지난해 8월이고, 지난해 말까지 비슷한 법안이 4건 더 발의됐지만 국회내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황당하지 않은가? 데이트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를 즉시 격리 조치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그와 관련된 법안은 1년째 잠들어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제2의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게끔, 모두에게 제대로 된 사랑 공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폭력적이고 화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위험한 심리기제를 지닌 사람들이다. 피해자들에게만 그들을 피하고 예방하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폭력적인 심리기제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점부터 고쳐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건강하게 화를 내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등 그들에게는 사랑에 대한 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범죄자가 살기 좋은 국가이자, 데이트 폭력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그들을 배려해주는 국가다. 사회에서는 피해자에게만 항상 데이트 폭력의 징후를 감지해서 예방하라고 하고, 피해당하면 즉각적으로 신고하라고 한다. 하지만 막상 신고해도 왜 가해자에게 두 번의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가. 피해자가 한 차례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경찰과 검찰은 신속하고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고, 데이트 폭력 방지법도 빠른 시일 내에 심의 및 통과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나는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건강하게 화를 내며 행복한 사랑만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