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결별 요구에 집요하게 폭행..."데이트 폭력 처벌 강화하라" 靑 국민청원 봇물 / 정인혜 기자
부산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 사건이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피해자 A(21) 씨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폭행 당시의 장면을 담은 CCTV 영상과 얼굴에 멍이 든 자신의 사진이 첨부됐다. CCTV 영상에는 A 씨의 동갑내기 남자친구 B 씨가 옷이 벗겨진 A 씨를 엘리베이터로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 씨는 폭행의 이유를 ‘B 씨의 소유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자친구의 집착과 소유욕이 날이 갈수록 커졌다”며 “더 이상 못 만나겠다고 그만하자니까 산으로 끌고 가더라. 목을 조르면서 제압을 하고 왜 자꾸 헤어지자고 하냐고, 자기는 못 헤어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별을 통보하면 다시 돌아와서 폭행하는 식이었다. A 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폭행하기도 했다. A 씨는 “집 우편함에 물건과 편지를 넣어놨다고 해서 문을 열었는데, 앞에서 기다리다 집에 들어와서 폭행했다”며 “화장실로 끌려 가서 마구잡이로 구타를 당했다. 헛구역질을 하니 얼굴에 샤워기를 뿌려서 헛구역질을 멈추게 했다”고 말했다.
B 씨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A 씨를 피투성이로 만들겠다며 흰옷으로 갈아입을 것을 요구했다. 피를 잘 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화장실에서 ‘옷에 피가 덮일 정도로 때릴 거다’라며 흰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며 “그래야지 자기 기분이 풀릴 것 같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B 씨는 A 씨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간 뒤 다시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기절했고, 목격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면서 폭력은 멈췄다. A 씨는 “집 비상계단에서 계속 반항하니 옷을 다 찢고 주먹과 발로 얼굴과 명치 쪽을 계속 가격했다. 기절한 후에는 머리채를 잡고 시체 끌듯이 2층까지 끌고 갔다”며 “‘진짜 감금이 뭔지 진짜 협박이 뭔지 보여주겠다’며 때리고, 옷이 다 벗겨져 있을 때 웃으면서 ‘공주 옷 입혀줄게’라며 옷을 입혀줬다”고 말했다.
B 씨는 경찰에 체포된 후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A 씨를 협박했다. 조서를 쓸 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경찰에 잘 말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A 씨는 “체포되기 전에도 저보고 잘 말해 주지 않으면 저도 죽이고 자기도 죽을 거라고 협박을 했었다. 끔찍하다”고 털어놨다.
이날 폭행으로 A 씨는 눈뼈와 코뼈가 골절됐으며, 갈비뼈에 금이 가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어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는 부산에 있으면 B 씨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지역에서 치료 중이다. B 씨는 현재 감금치상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논란이 커지면서, 데이트 폭력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청원글이 10여 건 이상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언제까지 맞아 죽는 위험에 놓여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매번 끔찍한 데이트 폭력 기사가 쏟아진다. 반복되는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에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며 “더 이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맞아 죽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B 씨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의견도 상당수다. 한 네티즌은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쓰레기는 얼굴은 물론이고 거주지까지 싹 다 공개해야 한다”며 “살인미수 적용해서 처벌 제대로 하고, 후일 다른 여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반드시 신상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