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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 서른 개,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진짜 미로같은 부산 서동 ‘미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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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 서른 개,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진짜 미로같은 부산 서동 ‘미로시장’
  • 취재기자 안진우
  • 승인 2018.11.12 21: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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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때 피란민들이 만든 곳으로 사람 냄새 물씬...현재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발돋움 중 / 안진우 기자

시끌벅적한 소리와 
비릿비릿한 내음새,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들의 
냄새와 소리들, 
별로 살 물건 없는 날도 
그 소리와 냄새 좋아 
시장길 기웃댄다. 

시인 나태주의 시, <시장길>의 한 부분이다. 어릴 적, “같이 시장가자”라는 어머니의 말에 괜스레 설렜던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 입맛을 돋우는 고소한 간식 냄새, 왠지 정겨운 생선가게의 비린내, 채소가게 아주머니의 호탕한 웃음소리. 부산에 있는 많은 전통시장 중에서도 이처럼 따뜻했던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부산시 금정구 서동로141번길 16에 위치한 ‘미로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미로시장을 가기 위해서는 부산 금정구에서 29번, 148번, 155번 버스를 타고 '서3치안센터'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정류장 옆 농협은행을 지나면 미로시장의 4번 입구가 보인다. 이 외에도 다양한 버스가 미로시장 근처를 지난다. 지하철 4호선 서동역 1번 출구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미로시장에 도착할 수 있다.

미로시장은 열 개의 공식적인 입구가 있다. 골목 사이사이 작은 길까지 더하면 서른 개가 넘는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부산 사람도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은 알아도 ‘미로시장’은 잘 모른다. 미로시장은 한 번 발을 들이면 같은 곳으로 다시 돌아 나오기가 힘든 곳이다. 1년 내내 쉬는 날 없이 문을 여는, 30년이 훌쩍 넘은 전통 재래시장이다. 미로시장의 공식적인 출입구는 1번부터 10번까지 있지만,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골목 입구까지 더하면, 서른 개가 넘는다. 그 속에는 400개가 넘는 점포가 있다. 좌판을 깔고 물건을 내다 파는 노점들을 더하면 500개가 넘는다.

미로시장의 내부 모습. 많은 가게들이 서로 어깨를 마주대고 줄지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서동 삼거리 부근에서 서동 고개 근처까지 길이가 1.5km나 되는 미로시장의 좁고 긴 골목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있다. 과일부터 채소, 건어물, 이불, 생필품, 구제 옷, 장신구, 정육점 등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시장’이라는 말이 딱 맞다. 어머니와 함께 미로시장을 찾은 이태형(12, 부산시 금정구) 군은 “미로시장을 올 때마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말했다.

시장의 묘미인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골목길 사이사이 다양한 요깃거리의 매력적인 냄새가 발목을 붙잡는다. 고소하게 풍기는 구운 김 냄새, 바삭하게 튀겨진 튀김 외에도 떡, 어묵, 족발, 죽, 김치, 국수 등 부른 배마저 배고픈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아주 많다. 의경으로 복무하던 때부터 미로시장을 자주 돌아다녔던 최우혁(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다이어트 기간에는 미로시장을 돌아다니면 안 된다. 여러 먹거리의 유혹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간식이 손에 쥐어져 있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저렴하고, 맛있어서 유명한 30년 역사의 ‘하이밀빵’ 가게 모습. 단팥빵, 소시지빵, 땅콩 크림빵 등의 다양한 종류의 빵이 500원 대부터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여느 시장과 다름없이 미로시장에도 유명한 맛집이 있다. 미로시장 1-82에 있는 ‘맛나분식’이 그중 하나다. 맛나분식의 베스트 메뉴는 단연 ‘계란만두’다. 계란만두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커다란 프라이팬 위에 식용유를 두르고, 불린 당면을 한 움큼 올린 뒤 당면 위에 달걀 두 개를 올려 얇게 펴서 굽는다. 그리고 밀가루 반죽을 붓고,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 떡볶이 소스나 간장과 함께 먹는다.

‘맛나분식’의 주인, 김수연 씨가 계란만두를 만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맛나분식’의 떡볶이 1인분과 계란만두 1인분이다. 떡볶이 국물이 올라간 계란만두에 간장을 조금씩 곁들여 먹으면, 더 감칠맛이 난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계란만두의 가격은 단돈 1500원. 그 외에 김밥, 순대, 국수 등 대부분 메뉴의 가격이 2000원을 넘지 않는다. 35년째 맛나분식을 운영하는 김수연(63) 씨는 “가격은 저렴하게 받고, 양은 많이 줘야 마음이 편하다. 미로시장은 우리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언젠가 미로시장이 재개발로 사라지게 될 때까지 장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로시장은 원래 3개의 시장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 시작은 1960년대로 돌아간다.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피란민이 밀려오고, 부산 영주동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수많은 이주민이 서동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일구었다. 1970년대에는 금사공단이 형성되면서, 많은 공장노동자가 거주했다. 그렇게 사연은 다르지만,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자연 발생적으로 서동전통골목시장, 서동향토시장, 서동시장, 이렇게 세 개의 시장이 만들어졌다.

지난 2014년, 세 개의 시장을 통합하여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며 ‘미로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미로’는 아름다운 길(美路)이라는 뜻과, 좁고 긴 골목으로 형성된 시장의 모습이 마치 미로(maze)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점을 보면, 터키의 크고 복잡한 구조의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나 모로코의 수크 시장의 축소형 같기도 하다.

미로시장의 지도. 자세히 보면 세 개의 시장이 합쳐진 것을 알 수 있다(사진: 서동미로시장 홈페이지).

문화관광형 시장답게 미로시장에는 몇몇 문화공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한 공간인 ‘섯골문화예술촌’, 전 세계 어린이들을 돕는 유니세프(UNICEF, 유엔아동기금) 활동으로 설립된 ‘유니세프 작은 도서관’, 일상과 문화를 접목한 복합예술문화 공간인 ‘서동예술창작공간’이 있다.

그 중 서동로149번길 8에 위치한 ‘서동예술창작공간’은 5년간 쓰레기 더미에 쌓여 방치되어온 회 센터를 개조해 2012년에 설립됐다. 서동예술창작공간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일상과 문화가 접목된 생활예술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행사 기간에 맞게 열리는 공연, 전시, 체험활동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11월 12일부터 11월 28일까지는 사진가 박정훈 작가의 전시회가 열린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김국현(26, 부산시 동래구) 씨는 “서동예술창작공간은 특별한 장소가 아닌 일상적인 곳에 있어 방문하기 쉬워서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시장을 지나가는 분들이 떡이나 음료 등 간식을 줄 때면, 일반 전시장에서는 느끼기 힘든 방문객의 정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서동예술창작공간 입구. 버려진 회 센터였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한 디자인으로 장식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미로시장은 골목이 이어져 만들어진 만큼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과 혼재되어 있다. 미로시장 인근의 ‘삼차로’ 마을, ‘오차로 마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흔히 ‘삼차로’라는 말은 ‘3개의 차도가 엇갈리는 길’로 이해된다. 하지만 부산 서동에서 ‘삼차로 마을’, ‘오차로 마을’을 찾기 위해 그런 교차로를 찾는다면 계속 길을 헤매게 된다. 서동의 ‘삼차로 마을’, ‘오차로 마을’은 차도와는 상관없이 높은 계단을 끼고 펼쳐진 주거밀집지역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전 때 피란민들이 원래 거주하던 영주동에서 1960년대에 서동으로 ‘1차로’ 이주했고, 그 뒤로 다른 연유로 다른 곳에서 ‘2차로’, ‘3차로’ 서동으로 이주했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는 ‘삼차로 마을’과 ‘오차로 마을'만 남아있다.

‘삼차로 마을’과 ‘오차로 마을’이 이어진 계단. 사이사이마다 가정집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진우).

서동 주민들은 머지않아 서동이 전체적으로 재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금정구청의 ‘서동 재개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동이 큰 발전 없이 오래된 동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이 암묵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삼차로 마을’에 거주하며, 미로시장에서 30년 넘게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이예분(65) 씨는 서동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이 씨는 여느 상인들처럼 미로시장에서 장사하며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 미로시장의 복잡한 길도 이 씨에겐 어렵지 않은 길이다. 이 씨는 “미로시장 사람들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정이 참 많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미로시장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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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쥬 2018-11-14 14:10:03
미로시장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알게되어 한번 꼭 가봐야겠네요 ~ *^^*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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