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 6일, 서울시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상가 내에 한국 최초의 24시간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들어선 지 30년이 지난 지금, 편의점은 4만개를 넘어섰다. 이제는 한 골목 건너마다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한국은 편의점 과포화 상태다.
이처럼 편의점 출점의 과밀화에 따른 경영 악화를 덜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편의점 출점의 제한을 포함한 자율규약을 18년 만에 부활시켰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정위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 및 시행을 위한 당정협의’를 가졌다.
현재, 한국의 편의점 5개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의 전체 점포수 개수는 3월말 기준으로 총 4만 192개다. 이는 1200여 명 당 1개로, 편의점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보다(2300여 명 당 1개)보다 2배 가까이 많다.
1994년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자율규약이 생겼지만, 2000년 공정위에서 이를 담합행위로 보고 폐지하도록 했다. 이후, 2012년 공정위가 동일 브랜드 편의점 간 반경 250m 내에 출점을 금지하는 기준을 만들었다. 이마저도 2014년 박근혜 정부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폐지됐다.
사실상 출점 제한이 없어지자, 편의점 출점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해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 건물 1층에 GS25 편의점이, 지하 1층에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들어서 큰 논란이 됐다. 2017년 8월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 씨는 “상도의에 어긋나는 불공정 행위로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번 ‘자율규약안’은 브랜드 간 편의점 출점을 업계 스스로 제한을 두게 함으로써 이미 포화상태인 편의점의 추가 출점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영이 어려워진 편의점주가 폐점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규약안의 편의점 출점 제한 거리는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을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제7조의3 제1항에 따르면, 담배소매인 거리 제한은 50m로 정해져 있으며, 지자체별로는 50~100m로 규정돼 있다. 당초, 편의점 업계는 80m를 주장했지만, 과거 담합의 이유로 폐지된 것이 걸림돌로 작용해 무산됐다.
더불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편의점 주인이 폐점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대폭 줄여주는 방안도 담겨있다. 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편의점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게 과도한 위약금 탓에 폐점을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라며 “점주 책임이 아닌 경우에 한해 폐점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위약금 부담을 면제하거나 대폭 감경해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당정 협의 내용을 토대로, 오는 4일 편의점 업계와 자율규약 협약을 맺고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