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여전히 부당징수하는 전국 24개 사찰 조치 뒤따라야"
30년간 풀지 못한 숙제였던 지리산 천은사 통행료 징수문제가 드디어 해결됐다. 정부와 지자체, 사찰 간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통행료를 폐지하기로 했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문화재청, 전라남도, 천은사 등 8개 관계기관은 29일 오전 전남 구례군 천은사에서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를 폐지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천은사는 이날 오전 11시 협약식과 동시에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1600원을 폐지했다. 또 전남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산1-22 지방도 제861호선 옆에 자리 잡은 매표소를 철수하기로 했다.
천은사는 1987년부터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징수했다. 그러나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에도 통행료 형식으로 지리산을 방문하는 탐방객들에게 요금을 받아 왔다. 천은사는 그간 단순한 통행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찰 측이 소유한 토지에 위치한 공원문화유산지구의 자연환경, 문화재 등의 체계적인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관람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매표소가 위치한 지방도 861호선은 지리산 노고단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가야하는 도로다. 이는 구례와 남원을 잇는 도로로 지난 1988년도에 개통됐다. 즉, 천은사를 방문하지 않는 탐방객들도 불필요한 돈을 내왔던 것.
민원이 급증했지만 관계기관들은 뾰족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심지어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현 민생희망본부)는 설악산 신흥사와 지리산 천은사에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기한 바 있다. 사찰 관람 의사가 없는 시민들에게까지 사찰 관람료를 통합징수했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관람료를 징수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일부 사찰의 버티기로 수년간 관람객들은 통행료를 부담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부터 천은사와 전남도,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입장료 폐지에 가닥을 모았다. 통행료를 없애는 대신 관계기관은 천은사 구간 도로부지 매입, 문화재 보수 지원, 천은사 활성화를 위한 문화행사 지원 등 천은사 및 지리산 국립공원 탐방기반시설 향상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한편 현재 국립공원 내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20여 곳이 넘는다. 대표적으로 속리산 법주사, 설악산 신흥사, 지리산 화엄사, 주왕산 대전사 등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근거없는 국립공원 통행료 폐지는 이제 시작”이라면서 “천은사를 제외한 전국 24개 사찰에서 유사한 통행료를 여전히 부당징수하고 있는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조계사의 책임있는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