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5 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 맞대결에서 짜릿한 9회 대역전을 거두며 4-3으로 승리했다. 지난 개막식의 패배를 통쾌하게 날린 설욕전을 보면서 한국 야구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시빅뉴스>가 이번 경기가 끝나고 나온 네티즌들의 어록을 모아봤다.
어제 경기 후 가장 많이 네티즌들이 한 얘기는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말이었다. 이말은 평소에 9회말 끝내기 경기에서 많이 쓰던 경구였지만, 어제 한일전처럼 이 말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경기는 예전에 없었다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어제 중계를 담당했던 SBS의 아나운서가 한 말도 인상에 남았다. 9회초 한국이 4:3으로 역전에 성공하자 아나운서는 "내내 이길 필요 없어요. 끝판에 이기기만 해면 되거든요"라고 외쳤다. 인생 한방을 연상시키는 시원스런 비유였다.
네티즌들의 어록 중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고마움과 한국인으로써 뿌듯함을 나타내는 애국자형 반응이 가장 많았다. 이번 경기를 임진왜란과 비교하며 승리를 만끽하는 사람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진심으로 기뻐하며 국가대표팀을 자랑스러워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량해전(露梁海戰)은 임진왜란 당시 1598년(선조 31년) 음력 11월 19일(양력 12월 16일) 이순신이 이끈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수군이 노량해협에서 일본의 함대를 박살난 날! 프리미어 한일야구 준결승전도 노량대첩급!” -트위터 ID: pr********
“나도 대한민국 사람 맞나보다 이 기사를 읽는데 진짜 코끝이 찡하다 잘 하셨어요. 대한민국 파이팅.” -닉네임: 지코*******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9회 짜릿한 4-3 역전승. 대한민국 야구 대표선수들은 끈질긴 승부욕을 보여주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트위터 ID: js*******
“대한민국만세!!!!! 역시 야구강국” -닉네임: 홈런****
“한일전은 언제 봐도 재미있다. 어제같이 9회 초 역전승이라 가슴이 후련했다. 대한민국 만세 입니다.” -닉네임: 전*
또, 결승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 야구 대표팀을 이끈 김인식 감독을 응원하는 감독찬양형 네티즌도 많았다. 김인식 감독은 프리미어 첫판에서 일본에 0-5 참패를 당하면서 김 감독이 맡았던 한화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막판뒤집기 드라마로 이제 김인식 감독은 ‘국민감독’으로 불리게 됐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번 한일전의 승리를 "김인식 감독의 힘"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인식 감독님은 대한민국 야구에 있어 진정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단 한명의 감독이다~!” -닉네임: 시크**
“야구 국가대표팀이 국민들께 대통령도 못하는 선물을 했네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 대표팀에는 김인식이라는 리더가 있지만 감독님은 모든 걸 혼자 결정하지 않고, 투수 교체부터 대타까지 코치들과 상의를 했지요. 야구 경기에서도 소통을 중시하는데!” -트위터 ID: wo*****
“김인식 감독님이 국대 운영하면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 참 신기한 듯” -닉네임: 독설*
설욕전의 주인공인 선수들에 대한 선수응원형도 부지기수다. 어느 스포츠든지 경기가 끝나고 나면 선수에 대한 잘잘못이 떠돌기 마련이다. 경기를 지면 욕을 먹고 이기면 칭찬을 받는다. 이번에는 대역전승을 거뒀으니 잘 한 만큼 칭찬은 물론, 이전에 국민들에게 미움을 샀던 선수조차 국민영웅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앞으로 대한민국 4번 타자는 이제 토 달 것 없이 이대호다.” -닉네임: 국제*****
“이대은 너무 좋다. 재방 볼 때마다 눈물이 나네. 대한민국의 기념비적인 사건이고 이대은 잘했어~~” -닉네임: 희정*
“오재원선수가 신의 한수였어요.” -닉네임: 커피****
“이젠 니(오재원)가 뭘 해도 할 말이 없다.. 너의 9회 초는 정말 최고였어.” -닉네임: el****
“J리그에 몸담고 있으면서 2점 적시타 치고 그 많은 일본 관중들 앞에서 멋진 점프 세레머니 할 수 있는 대호 형이야 말로 정말 통 큰 4번 타자 입니다. 진정 애국자입니다.” -닉네임: 불사*
“오재원 너는 이제 BE호감♡” -닉네임: kn***
“이 경기 MVP는 이대호겠지만 내마음속 MVP는 국민 비호감이 아닌, 국민영웅 오재원이다. 9회 초 흐름이 98%일본에게 갔음에도 안타를 쳐서 우리 대표팀의 분위기를 타오르게 하는 세레머니... 평생 잊혀지지 않을 거 같다.” 닉네임: 어짜********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에 일본 심판원이 배정되고, 심판진에 한국 심판원은 포함되지 않아 경기 시작 전부터 한국 야구팬들의 일본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이는 경기가 이긴 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았고 온라인상에는 일본비하형 반응들이 난무했다.
“어이없게 짜고, 자국 심판 선심 배정하고, 이렇게 일본 스스로 자신들이 얼마나 치졸하고 야비한지를 스스로 증명해줬다. 그럼에도 의연하게 승리를 거두어 정상에 우뚝 설 대한민국 야구팀을 빛내주니... 게다가 8회까지 자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다가 9회 반전까지 제공하는 센스, 결승오더까지 미리 발표하는 개그까지... 일본 때문에 참 많이 웃습니다....풋...^^” -닉네임: jiin****
“일본의 꼼수는 역시나 그네들 조상 닮아 비열했다. 허나, 오타니-쇼 하난 대단했다. 정말 경의를 표한다. 이제 우승하면 더 좋고 안 해도 싱글벙글이다ㅎㅎㅎ 왜넘시키들” -트위터 ID: mo******
“P-12 야구에서 일본은 완전히 패했다. 한일 국제대회에서 자국의 심판을 밀어 넣고도 역전패 했다는 게, 엄청난 충격인 듯.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에 스포츠를 흐려놓던 일본이 각본을 짜놓고 시작한 경기인데 한국에 역전패했다. 통쾌하다.” -닉네임: 그물****
오타니 인정형 네티즌도 있다. 비록 일본이 준결승에서 패배를 맛봤지만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의 실력은 한국 야구팬들도 인정했다. 일본에겐 이겼지만 오타니에게는 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난 어제 보면서 역전승에 흥분되면서도 이 젊은 21살 투수(오타니)가 경험을 더 쌓아 노련미와 완급조절을 할 줄 알게 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무서워질까 상상했음. 21살이 믿기지 않게 잘 던지고, 1구마다 야구에 대한 진중함이 느껴졌던 선수였음.” -닉네임: 미스****
“일본이나 우리 선수들이나 큰 차이 없다는 걸 느꼈다. 너(오타니)만 빼면 너가 너무 뛰어난 거였어.” -닉네임: 닌*
“이기긴 했는데 오타니가 너무 대단했기에 뒷맛이 개운치는 않음.” -닉네임: 제니*
한일전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내용을 분석하는 경기평가형 사람들도 있다. 일본의 패배원인부터 한국의 초반 부진이유까지 전문가 못지않게 평가를 했다. 또 선수들의 플레이를 분석하기도 했다.
“일본 패배원인-일본감독방심! 결승대비 최대전력투입안함! 마무리중요성 방심. 한국과 종이반장차이/한국8회까지 부진이유-일부부진선수 끝까지 기용/ 8회까지 부진했던 상황. 9회 일본 감독의 방심과 9회 대타 없었다면 패했던 경기! 명장은 없고 방심은 부른 경기. 야구는 9회부터 마무리투수의 중요성 모르는 팀은 반듯이 패한다.” -닉네임: 겨울*****
“8회까지 1안타로 완전 봉쇄당했을 때 난 그걸로 끝날 줄 알았음, 그리고 정근우가 1타점 적시타 쳤을 때까지만 해도 아...0패는 면하겠다. 그래도 한국야구의 매운맛을 보여줬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대호가 역전 적시타 쳤을 땐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이런 명경기를 생방으로 본 게 너무 자랑스럽다.” -닉네임: xe****
“팩트는 한일전 모든 경기 중에 오타니의 공을 친 한국인 타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 오타니의 교체로 인해 다른 투수의 공을 받아먹고 이겼다는 것.. 시원하고 깔끔하지 못한 승리라는 것, 일본 감독의 허접한 용병술로 인해 주워 먹은 승리. 그래도 김인식 감독의 마지막 투수는 좋았음.” -닉네임: 미노**
일본 아사히 TV는 결승전 경기를 20일 금요일 저녁 7시에 생중계하려던 계획을 다음날 새벽에 녹화중계하기로 수정했다고 한다. 일본이 결승전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미 결승전 티켓을 예매한 일본 관중들은 되팔기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니칸스포츠>는 한일 준결승전이 벌어지기도 전에 이미 승리를 당연시하고 결승전 일본 선발투수가 '다케다 쇼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제 이들은 모두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국이 20일 결승전에서 승리하고 프리미어12 대회 첫 우승국이 되어 네티즌들과 언론들이 한바탕 다시 말의 성찬을 벌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