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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도박 '토토,' 청소년 교실에까지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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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도박 '토토,' 청소년 교실에까지 침투
  • 취재기자 류세은
  • 승인 2015.11.2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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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이트 이용...학업 팽개치고 경기 예측 배팅에 온 정신 쏟기도

고등학생 강모(18, 부산북구 화명2동) 군은 학교에서 ‘조합의 신’이라고 불린다. 스포츠 토토로 30만 원을 딴 뒤부터 토토를 하는 친구들이 승패 조합을 강 군에게 물어보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스포츠 토토와 같은 체육진흥 투표권은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고 환급금을 내줄 수도 없다. 따라서 스포츠 토토 공식 사이트에서 청소년이 배팅할 수 없다. 하지만 일선 고등학교에는 강 군 같은 고수가 등장할 정도로 토토 열풍이 불고 있다. 청소년들은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고등학생 박준영(18, 부산시 금곡동) 군은 “학교에서 토토 하는 친구가 반에서 5명은 된다”고 말했다.

스포츠 토토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여섯 가지 스포츠가 있다. 토토를 하는 방법은 스포츠마다 다양하다. 경기가 있는 팀 중에서 승리할 팀을 예상해서 배팅하는 것이 기본이다. 스포츠 토토는 한 경기당 최소 1,000원부터 최대 10만원까지 배팅할 수 있다. 축구 토토의 경우 14경기의 승패 혹은 무승부를 정해서 14경기 모두 맞추면 1등이 되고, 그 뒤로 맞춘 경기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등수가 매겨진다. 배팅한 사람은 자신의 등수에 따라 배팅한 금액의 일정 부분 더해져 돈을 받는다.

▲ 스포츠 토토 정식 판매처 ‘베트맨’(사진: 배트맨 사이트).
▲ 불법 스포츠 토토 로그인 화면(사진: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

청소년의 토토는 학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앞의 강 군은 자신이 배팅한 해외 팀 경기가 새벽에 있더라도 모든 경기 결과를 꼭 챙겨보고 밤을 샌 뒤 학교에 간다. 또 학교에 있는 시간에 경기가 있으면, 스마트 폰으로 계속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 강 군은 “경기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에서 조퇴하고 PC방에 간 적도 있다”며 “토토에 베팅한 뒤에는 토토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불법 토토는 배팅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많은 금액을 배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배팅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알바를 하거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한다. A(17, 수영구 남천1동) 군은 “배팅할 돈이 없는 친구는 토토로 돈을 따면 갚아주겠다며 돈을 빌린다”며 “그래도 돈이 없으면 부모님 몰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조사한 불법 인터넷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불법 도박 사이트 이용자 중 20대가 46.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10대 이용률도 12.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청소년의 불법 토토 이용을 줄이지 못하면, 이것이 20대의 도박 사이트 이용률로 연결되어 젊은 도박중독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최이순 부산센터장은 “자기 절제가 부족한 청소년에게 사행성 게임의 위험성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청소년의 정신 건강도 올바르게 지키고, 도박문제 없는 학업생활을 펼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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