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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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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사람을 만든다
  • 편집위원 정일형
  • 승인 2015.12.07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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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인기를 끌었던 <킹스맨(Kingsman: The Secret Service)>이라는 영화에 아주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바로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이라는 표현이다. 해리(콜린 퍼스)라는 인물이 주인공 에그시(태론 에거튼)를 위협하는 동네 불량배들에게 문을 걸어 잠금며 이 대사를 의미심장하게 내뱉고는 순식간에 그들을 처리한다. 이 말은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에그시가 엄마를 못살게 구는 딘이라는 동네 깡패를 혼내주며 해리와 100% 싱크로율을 보이면서 다시 한 번 내뱉는다. 

'매너(manner/manners)'는 흔히 태도나 예의범절을 의미한다. ‘manariu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사람의 행동과 습관을 의미하는 단어 ‘manus’와 방법과 방식을 뜻하는 ‘arius’의 합성어라고 한다. 따라서 매너는 ‘좋다’와 ‘나쁘다’의 기준이 적용된다. 반면,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에티켓(etiquette)'은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루이 14세가 집권시절 성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하는 궁중 법도와 규칙을 성 안뜰 벽에 붙여 놓은 것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따라서 에티켓은 ‘있다’와 ‘없다’의 기준이 우선된다. 그리고 이 매너와 에티켓에 우선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배려'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다. 따라서 배려는 ‘하다’와 ‘안하다’의 기준에서 평가한다. 

나는 영화에 빗대어 오히려 “배려가 사람을 만든다”고 얘기하고 싶다. 매너나 에티켓은 순수하게 나로부터 발현되는 것이라기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타의성의 뉘앙스가 좀 더 강하다. 반면, 배려는 순수하게 나로부터 출발하고 자의적인 느낌이 있다. 나로부터 시작하고 내가 실행에 옮겨야 더 의미를 갖게 되는 배려. 

아주 쉽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배려는 문을 열고 닫을 때 나타난다. 다음 사람을 위해 손잡이나 문의 일부를 잡고 잠시 기다려 주는 것. 아주 기본적이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일 수 있다. 까페나 마트 등 생활 속 어느 장소에서든 뒷사람 생각지 않고 나만 통과하면 그만인 경우를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아울러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타고 내릴 때 열림 버튼을 눌러 주는 것, 나보다 불편해 보이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 먼저 순서를 양보하는 것 등이 우리가 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다. 

이러한 배려가 생활 속에 충만해지면 계층간의 갈등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가끔씩 나이를 무기로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권위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사 안한다고 굳이 불러 세워 예의 없다 나무라기보다 내가 먼저 즐겁게 인사를 건네고, 찬바람 부는 데 문 열어 놓고 갔다고 나무라기보다 한 발짝 움직여 문을 닫아주면 상대방 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멋있단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또 반대로 젊은 사람들도 저 분들이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으신가보다 하며 튕기지 말고 반갑게 응대하고, 오히려 밝은 얼굴로 다음부터 조심하겠다고 대답하면 개념 있는 젊은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돈 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나까지 행복해질 수 있는 출발점, 그것이 바로 배려가 아닌가 한다. 공자도 일찍이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이라 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말이다. 나는 싫은 소리 듣기 원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옮기기 말자. 내 안에서 먼저 행동으로 옮기고 베풀어보자. 세상에 완벽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모든 것은 개개인이 생각하는 완벽으로 가는 과정 속에 있고, 그것을 서로 존중해주는 것만이 내가 중심이 되는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배려가 진정한 사람을 만든다, 겨울 아침 정신 번쩍 드는 찬바람처럼 머리를 때릴 수 있는 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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