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승객들 절반이 "피해 경험"....부산시, '백 허그' 캠페인 본격 돌입 / 정혜리 기자
직장인 김나연(22, 부산시 남구) 씨는 키가 작아 버스나 지하철을 탈때면 다른 승객이 맨 백팩이 너무 싫다. 신장이 153cm인 김 씨는 “출퇴근 시간마다 사람들이 맨 가방에 얼굴이 치여 못 살겠다”고 말한다. 키가 작은 김 씨가 통로를 지날 때면 키 큰 승객의 백팩이 김 씨의 얼굴을 바로 스친다. 김 씨는 “가방도 커다란데, 가방 맨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이지도 않고 자기 가방으로 남 치는 것도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생 이유빈(26, 부산시 금정구) 씨도 ‘백팩 공격’을 당했다.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에 몸을 실은 이 씨는 한 정거장에서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을 세게 버스 밖으로 당기는 느낌에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내리는 등산객의 가방에 꽂힌 등산스틱이 김 씨의 옷에 걸린 것이었다. 이 씨가 “저기요! 가방 걸렸어요!!”라고 이야기하자, 그제야 등산객은 무심하게 등산 스틱을 빼고 버스에서 내렸다. 김 씨는 “등산스틱을 삐죽 내놓고 다니는 승객이 많다”며 “다칠 뻔했는데 그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내려서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교통 탑승 시 백팩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늘자 사람들이 백팩을 멘 사람을 ‘백팩족’, ‘백팩러’, 심지어 ‘백팩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보다 가방의 크기가 큰 것이 트렌드가 됐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의도는 없으나 방향을 바꾸거나 이동할 때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학생 가방으로만 여기던 백팩이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가방이 됐다.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 두잇서베이가 ‘백팩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로 411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9.6%가 백팩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가장 자주 메는 가방으로 숄더백, 크로스백 등 어깨에 메는 가방(51.1%)이라고 답했다. 백팩, 등에 메는 가방(34.1%)이 뒤를 이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백팩족으로 불편을 겪은 이들은 실제 얼마나 될까?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로를 가로막아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이들이 49.3%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육박했다.
최근 대중교통 탑승 시 에티켓에 관한 다양한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다. 부산시는 가방 앞으로 메기 ‘백 허그(bag hug)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메거나, 발아래에 내려두기, 선반에 올려두는 등의 배려를 보이자는 캠페인이다.
부산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백 허그' 캠페인을 범시민운동으로 펼치기로 했다. 시는 초·중·고·대학교와 구·군, 유관기관 등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버스와 도시철도 안내방송에도 '백 허그'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평소 백팩을 메고 다니는 대학생 남윤석(24,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바닥이 더러우니까 내려놓기가 싫었다”며 “남들이 당하는 불편이 큰지 몰랐다. 앞으로 선반에 올려놓든지 해야겠다”고 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행복한 대중교통은 배차 간격 조정, 교통수단의 깨끗함 등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백 허그가 행복한 대중교통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백 허그 캠페인이 시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