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편의점, 카페, 세탁소 등 다양한 영역으로 날로 확대
젊은이들은 환영...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 어리둥절
주문부터 계산까지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시스템’이 최근 다양한 곳에서 보이고 있다.
머지않아 식당이나 카페에서 주문을 받는 직원을 전혀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왔던 무인 시스템의 시대가 어느덧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인 시스템은 식당, 편의점, 카페, 세탁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곳은 패스트푸드 업계이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면 패스트푸드 식당 내 무인 시스템 앞에는 자연스럽게 긴 줄이 선다. 평소에 패스트푸드 식당을 자주 찾는 대학생 김현서(23, 울산 중구) 씨는 “무인 시스템을 이용해 주문하니까 내가 원하는 메뉴를 빠르게 주문할 수 있고,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하는 것보다 편해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24시간 언제나 세탁물을 맡기고 찾을 수 있는 세탁소도 무인시스템 덕분에 학생들에게 인기다. 무인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요금을 내고, 세탁 완료라는 메시지가 나오면 세탁물을 찾으면 된다. 부산시 남구에 거주 중인 홍성우(25) 씨는 “새벽에도 무인 세탁소에 가서 빨래를 할 수 있어서 편하고,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직원을 배치하는 유인 세탁소라면 24시간 이용은 어려웠을 일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오형택(41, 부산 기장군) 씨는 작년 겨울, 무인 결제 시스템 기기를 가게에 도입했다. 오 씨는 “카페를 운영하면 인건비가 큰 문제인데, 무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니 인건비도 아끼고 직원들도 주문을 받는 일과 음료를 만드는 일을 다 할 필요가 없어서 능률도 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인 시스템의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 대학생 조익찬(24, 부산 금정구) 씨는 “안 그래도 최저시급이 올라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이제는 무인 시스템 기기가 여러 곳에 들어와 아르바이트 자리를 더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무인 시스템 기기를 반기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무인 시스템은 젊은 연령대에 큰 환영을 받고 있지만, 무인 시스템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환영받기 어렵고 불편하다. 어르신들은 무인시스템의 사용법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업체마다 기계의 사용법이 조금씩 달라 적응하기에 어렵다.
실제로 노인들이 무인 주문 시스템을 이용하다 보면 시스템 특성상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문을 하지 않는 걸로 간주하고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게 된다. 노인들은 익숙하지 않은 화면을 보면서 음식을 선택하는 중에 화면이 전환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거나 주문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마트 식당가에 있는 무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던 이성혁(24, 수영구) 씨는 “기본적인 이용 방법도 안내하지 않고 기계만 놓아둬 나이 드신 분들이 주문할 때 어려워하는 것을 보았다”며 “무작정 기계만 들여 놓지 말고 기본적인 화면 전환 방법이나 여러 가지 옵션들을 선택하는 기초적인 이용 방법들을 적어놓고 무인 시스템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무인 결제 시스템 기기를 도입한 카페에서 일을 하는 양도건(30, 부산 남구) 씨는 “어르신들이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때마다 사용법을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시는 것 같아, 집안에서 어르신들이 무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알려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