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조합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주연의 영화 <기생충>이 개봉했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개봉 이후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았던 영화지만, 영화를 다 본 나는 허탈한 감정에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기택이네 가족은 박 사장을 속이고 박 사장 집에 전원 취업하게 된다. 영화 제목인 <기생충>처럼 박 사장네 집에서 기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택이네 가족보다 먼저 기생하고 있던 가족이 있었으니 바로 가정부 문광 부부다. <기생충>은 기택, 박 사장, 문광 세 가족의 처절한 이야기를 다룬다.
먼저 폭우가 내려서 침수된 기택이네 가족의 ‘반지하 집’과 폭우에도 끄떡없는 박 사장 아들 다송의 ‘미제 텐트’를 통해 상류층과 하류층의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을 조명한다.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했다. 기택이네 가족과 문광 부부는 어쩌면 이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기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을지도 모른다.
기택이네 가족은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취업이 되지 않는 백수 가족이다. 그들은 반지하 집에서 피자박스를 접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남의 집이나 카페의 와이파이를 얻어 쓴다. 반 지하 집에는 꼽등이와 바퀴벌레가 나오고, 그들에게는 반 지하 특유의 냄새가 배어있을 정도로 이 가족은 극 빈곤층이다.
문광 부부는 기택이네 가족보다 더 극심한 빈곤층이다. 가정부 문광은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자신의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박 사장의 집 비밀 지하실에 숨겨준다. 그렇게 문광 부부는 박 사장네 집에서 자그마치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생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 <기생충>은 다소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현상을 잘 드러냈다. 특히 마지막에 기우가 기택을 구하며 박 사장 네 대저택을 사는 상상은 그저 상상으로 끝난다. 기우가 대저택을 살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기택에게 기우는 “대저택을 사는 그날이 올 때까지 건강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기우는 기택을 구할 수도, 그렇다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없다. 나 역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우와 마찬가지로 무기력한 존재다. 그저 자본주의에 기생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 가혹한 현실을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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