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이 한남 했다”, “역시 그 성별 어디 안 간다”, “페미 X져라”와 같이 특정 성별을 혐오하는 말들은 평소 인터넷 기사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매우 흔히 보는 글들이다. 특정 성별에 대한 과격한 언행들은 기사 댓글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너무나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은 남성으로부터 폭행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 일행 중 한 명이 오히려 가해자 격인 “피의자 신분이 됐다”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퍼지면서 불거졌다. 해당 글로 인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인 “가해자를 엄벌하라”는 청원이 빗발쳤고, 한 청원에는 36만여 명이 참여했다. 대부분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들이라고 추측된다. 또한 이 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언론에서는 사건 발생 3일 만에 무려 1600개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놀라운 건 1600개 기사 중에 해당 사건의 원인, 글의 사실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기사는 단 1%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이 사건이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는 해당 사건 위에 덧씌워진 ‘남녀 프레임’ 때문이다. 얌전해야 할 여자가 남자를 때렸다는 왜곡된 여자에 대한 프레임에 남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프레임(frame)이란, 어떤 사안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기준 틀을 뜻한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각종 미투 운동과 몰카 사건들로 인해 ‘남성은 가해자고 여성은 피해자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등의 프레임이 생성됐고, 이는 남성들의 반페미 정서에 불을 지폈다.
성별을 둘러싼 싸움은 경찰의 “여성이 먼저 신체적 접촉을 가했다”는 발표에도 그치지 않았다. 이 후, 검찰이 이 사건 당사자인 남성 A씨와 여성 B씨를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고 일행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은 불기소처분했음에도 여전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전히 성별을 나누어, 검찰의 처분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론이 프레임에만 주목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도해야 할 언론들은 명백한 오보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채 사건을 확대하고 재생산하기에 급급했다. 언론은 계속해서 자극적이며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내었고, 이는 오히려 여론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부추기는데 일조했다. 때문에 이 사건은 폭행이 아니라 ‘가해자가 여성이다’, 혹은 ‘남성이다’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자극적인 키워드로만 집약됐다.
이수역 폭행 사건의 본질은 남성과 여성, 즉 ‘성별’이 아니라 ‘폭행’에 있어야 한다. 성별을 떠나 누구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또,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하나의 사건을 남녀 프레임 속에 가둔 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지배적이다. 언론이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보도를 계속할수록 사회는 병들고 여론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언론이 본질을 무시하고 프레임에만 집중하는 순간,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제2의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팩트는 여성 일행이 남성 일행에게 욕설과 폭행을 함
2. 이수역 사건이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는 남녀 프레임 때문이 아니라 여성 일행이 남성 일행에게 '성기가 작다'라고 인신공격을 한다음 SNS를 통해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폭행증거 조작까지 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