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어두운 반지하 방에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모여 있는 학생들은 소위 ‘가출팸’이라고 불리는 가출청소년 집단이다. 이 학생들이 머무는 장소의 주인이며 학생들을 돌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박화영’이다. 하지만 박화영 또한 가출한 어린 10대 학생일 뿐이다. 어쩌다 박화영은 이들의 ‘엄마’가 된 것일까?
영화 <박화영>은 2018년 개봉한 감독 이환의 독립영화다. 영화는 10대 가출청소년의 삶을 다루고 있다. 그중 주인공인 박화영은 친구들에게 엄마를 자처하며 무리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박화영은 자신의 집에 머무는 가출팸 학생들을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박화영을 이용할 생각만으로 대한다. 극 중 박화영과 가장 친한 ‘미정’도 결국은 박화영을 이용가치 있는 도구로만 생각할 뿐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박화영은 그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기꺼이 이용당한다. 그리곤 박화영은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이용가치를 계속해서 확인받는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가출청소년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박화영이라는 인물이 무리에 속하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난투극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 과정에서 가출청소년의 삶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래서일까 영화 <박화영>은 시청자에게 알 수 없는 불쾌함을 선사한다. 나 또한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단순히 가출청소년들의 경악할 만한 행동 때문이 아니라 박화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이었다. 물론 박화영이 선한 인물은 아니다. 거리낌 없이 욕을 내뱉고, 폭력을 사용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박화영이 하는 폭력적인 행동들은 그저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박화영>의 감독 이환은 한 인터뷰 기사에서 “10대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관심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10대들을 통해서 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박화영의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스스로 엄마라고 부르며 친구들을 곁에 붙잡아두려는 박화영의 모습이 사실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렇게까지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해가 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생각했다. 박화영은 관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관심’이 필요했다는 것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이 세상 모든 ‘박화영’에게 위로를 전하려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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