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내가 사는 동네 초량 전통시장 안에 갑작스레 야시장이 생겼다. 아무리 유동인구가 많은 전통시장 안에 야시장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망하고 없어져 그 터만 남아있다. 초량 야시장이 없어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분별한 모방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부산시의 보여주기식 정책도 한몫했을 것이다.
부산시의 관광 정책은 원주민과 관광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 당장 부산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 감소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360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1% 줄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가고 싶은 휴가지 선호 조사에서도 부산은 전국 5위에 그치는 등 7개의 해수욕장, 감천문화마을, 영화의 전당 등 우수한 문화,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또 최근 국내 여행 추세와 맞물려 당분간 부산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대~40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여행지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해보길 원했다. 캠핑, 둘레길 걷기, 한 달 살기, 스노클링과 서핑을 포함한 해상 스포츠 등 체험 활동이 상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중요시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부산에도 ‘볼거리’ 이외에 ‘즐길거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피서객이 감소한 부산 해수욕장과 달리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은 20~30대 젊은 여행객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해변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죽도해변은 서핑이 특화된 곳이다. 매년 10월이면 서핑 페스티벌이 열리고 여름철에는 서핑과 관련된 파티가 계속된다. 평소에도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입소문을 타고 국내외 서퍼들이 죽도해변으로 모여들게 되면서 자연스레 주변 상권도 함께 살아났다.
부산 역시 젊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체험 활동이 필요하다. 우선은 바닷가를 외면하고 있는 관광객들부터 불러 모아야 한다. 이제 관광객들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단순히 예쁜 카페나 사진 명소 이외에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여행 상품이 필요한 이유다. 부산에는 이미 7개의 해수욕장이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한 해양 스포츠를 발전시켜야 한다.
송정해수욕장과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서핑 문화를 좀 더 발전시키는 방안이 있다. 부산시가 주도해 서핑 축제와 서핑 특화 거리를 조성하는 등 부산 바다와 서핑을 연결해줄 강력한 매개체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 토박이인 나조차도 부산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이 어디인지, 어느 정도로 활성화되어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 시민들을 먼저 불러 모으고 그다음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이 시급하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서핑을 발전시키는 것 이외에도 부산 해수욕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 부산 해수욕장을 오래 봐왔던 부산 토박이가 추천하는 방안은 7개의 해수욕장이 함께 연계한 축제다. 그동안 광안리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등 동부산에 치중되어 있던 바다 축제를 7개의 해수욕장에서 분산하여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7개의 해수욕장이 지닌 각각의 매력을 살려 서로 다른 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에서만 7개의 서로 다른 해수욕장을 즐길 수 있으니 다양한 즐길거리를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안성맞춤인 축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해외여행 감소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국내 여행이 증가하면서 당분간 국내 여행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부산도 이러한 흐름에 맞게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여행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야시장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부산 해수욕장 환경을 고려한 관광 정책이 필요하다. 단발성 관광 상품이 아닌 지속가능한 부산만의 새로운 관광지가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