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은 다치면 기사 탓 주장...감정노동자 버스 기사는 "억울하다" 호소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 황연하(68,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씨는 도로 중앙에서 정류장으로 진입하는 버스를 향해 먼저 타려고 달려드는 승객들 때문에 매번 마음을 졸인다. 얼마 전,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있던 할머니가 정류장으로 진입하는 버스를 향해 달려 들 듯이 뛰어들어 황 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버스가 정류장에 나타나면, 성질 급한 승객들이 먼저 타려고 차도로 달려와 버스로 달려들고, 그럴 때마다 버스는 사고 위험 때문에 급정거를 하곤 한다. 황 씨는 “승객들이 편하게 버스에 타도록 인도와 가깝게 버스를 정차하려고 하지만, 승객들은 버스가 정류장으로 다가오면 무작정 차도로 달려든다”며 “승객들이 다칠까 봐, 정류장에 접근할 때마다 무섭고 불안한 마음으로 운전한다”고 말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우르르 차도로 내려가 버스로 달려들면서 증가하는 버스 정류장 사고 위험 때문에 버스기사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출근이나 등굣길의 젊은 사람들도 버스가 정류장에 접근할 때면 만원버스에 먼저타기 위해 차도로 내려와 정류장으로 접근하는 버스를 급하게 타려고 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생 김경명(22,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씨는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지만 이용하는 승객이 많아 금방 만원이 되는 버스를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버스를 타기 위해 차도로 나가 버스 문에 열리기를 기다리며 버스를 따라가곤 한다. 다른 승객들도 마찬가지로 버스가 오기도 전에 차도에 내려와 정류장으로 진입하는 버스차로를 막다시피 서 있기도 한다. 김 씨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다른 승객들과 몸싸움을 하다 정류장에 진입하는 버스에 부딪힐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 씨는 “만원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승객이 몰리는 정거장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승객들 입장에서는 버스가 나타나면 차도로 내려와 버스로 달려드는 행동이 단순히 버스를 빨리 타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일이지만, 많은 승객을 태우고 운전을 하는 버스 기사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좌석버스를 운행하는 전영수(53,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씨는 정거장에 버스를 정차할 때마다 정류장 인도 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보는 일은 드물다. 얼마 전, 그가 모는 좌석버스가 사람이 붐비는 정거장에 접근하자, 한 승객이 급하게 차도에 내려오면서 앞문 쪽에 있는 낮은 백미러에 머리를 부딪쳤다. 다행히 버스가 서행운행 중이어서, 그 승객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전 씨는 다친 승객에게 보상해야 했다. 그는 “아무리 정류장에서 조심스레 운전하지만, 승객들의 돌발행동은 막을 수 없다”며 “하루 종일 불안에 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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