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자격증, 학점은행제 등 피말리는 취업 전쟁이었다”
“모험, 도전, 끈기로 공부 더 해서 쇼핑몰 창업에 도전할 계획”
노성미(21, 부산시 동래구) 씨는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노 씨는 스스로 자신만의 진로를 찾기 시작해 마침내 패션디자이너라는 꿈을 찾아 이뤄냈다. 성미 씨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 있게 대답한다. 내가 디자인한 옷을 남들이 입을 때, 그리고 내가 스스로 입을 때의 기분을 이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큭 축복”이라고 말했다.
성미 씨는 현재 ‘카미스타’라는 회사에서 사회인 야구복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하면 고객의 요청에 맞게 야구복을 디자인하고, 최종적으로 디자인이 확정되면 디자인 상세도를 만들어 재단 쪽으로 전달한다. 성미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이 회사에 취업하기까지 1년 반의 시간 동안, 정말 내 인생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패션디자이너가 된 지금 그 때 일이 주마등처럼 생각난다”고 말했다.
성미 씨는 처음부터 패션디자인으로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성미 씨는 고등학교 시절 일본어 번역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보다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자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성미 씨는 일본어 번역가 꿈을 포기하게 됐다. 노 씨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갑자기 문득 너무 어렵고 허황된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어 번역가 꿈을 포기하자, 자연스럽게 일본유학도 무산됐다.
동시에 성미 씨는 대학 진학에 대한 큰 고민에 빠졌고,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는 “대학에 진학한 뒤 막상 배우는 것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와는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바로 사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대학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성미 씨는 우선 알바를 시작했다. 알바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막연하게 진로를 모색하던 중, 친구와 그림을 그리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드로잉카페에 방문하게 됐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예전부터 그림과 옷에 흥미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성미 씨는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패션디자인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이너라는 꿈이 생기고 나서 그 다음부터는 속전속결이었다. 성미 씨는 패션디자인학원에 등록하고, 학점이 인정되는 학습 기관에서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해 학사 학위를 받는 제도인 학점은행제를 병행했다. 학원에서는 일러스트 프로그램으로 도식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패턴, 재봉 등을 배우며 패션을 익혔고, 집에 와서는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따기 위해 컴퓨터로 강의를 듣고, 과제도 하고, 토론도 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치렀다.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격증이기에, 성미 씨는 자격증 취득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녀는 “본인이 아무리 어떤 일에 대해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력서의 자격증란이 비어있으면 자기 능력을 증명할 수 없다. 자격증으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 성미 씨는 “같은 고졸이라도 인문계고와 특성화고는 각각 입시, 취업이라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취업에서는 고등학교 재학 중 자격증도 따고 관련된 기술을 배운 특성화고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나 같이 인문계고 출신은 취업에 여러 모로 불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인문계 재학 중 일본유학을 준비하며 전혀 다른 길을 갔기 때문에 취직 전선에 나서면서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성미 씨는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과도 경쟁해야 했다. 그녀는 “패션에 대해 4년제 대학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온 사람들과 입사 경쟁을 하려니 그 실력을 따라가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취업에 성공한 뒤에도 당연히 힘든 점은 있다. 성미 씨는 회사 분들은 다들 너무 좋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화가 날 때가 있다고 한다. 성미 씨는 “같은 것을 계속 실수하고, 생각대로 몸이 잘 안 따라줄 때 정말 속상하다”며 “차가 막힐 때는 출퇴근이 왕복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해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미 씨는 지금도 회사에 다니며 토익과 자격증을 공부 중이며, 나중에는 대학에 편입할 계획도 있다. 성미 씨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며 캠퍼스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하지만, 듣고 싶지 않은 강의를 억지로 듣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하지만 더 전문적인 패션 공부를 위해 대학편입을 고려하고 있다. 잘만 된다면 그 다음 내가 디자인한 옷을 파는 작은 인터멧 쇼핑몰을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꼭 해야만 하나?’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 고등학생들에게, 성미 씨는 “필요한 것은 모험성과 도전성,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끈기와 멘탈이다.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고 조언했다. 성미 씨는 “고민을 많이 하고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마음을 굳게 먹으면 안 될 일은 없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