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2009년) 10월 1일부터 지하철과 철도, 공항 등 대중 교통시설과 공공기관에서 우측통행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보행자의 안전 및 편의, 그리고 글로벌 보행문화 정착을 위해 현행 좌측통행 원칙을 ‘우측통행 원칙’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공공시설물 및 지하철, 철도, 공항 등 다중이용 교통시설의 에스컬레이터, 환승통로 안내표지 등을 우측통행에 맞게 개선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2개 도시 성인남녀 15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우측통행을 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0%였고, 여전히 좌측통행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12%, 우측통행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설문과는 달리 실제로 지하철에서는 우측통행이 잘되고 있지 않다.
북구 만덕동에 사는 전영선(23) 씨는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한다. 그녀는 작년 10월부터 시행된 우측통행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그녀는 우측통행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좌측통행을 하고 있어서 우측통행을 포기했다. 전 씨는 “분명히 우측통행이 정부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아서 오히려 제가 잘못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우측통행을 하다가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부딪혀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는 김우진(23) 씨는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 보면 중간계단쯤 밑에 우측통행이라는 팻말이 있는데 너무 작게 붙어 있어 의식하고 보지 않는 이상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저는 당연히 우측통행을 하면 반대편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을 것 같아 전화통화에 정신을 빼앗겼는데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어요”라고 말했다.
평소 지하철을 애용하는 한 시민은 우측통행을 시범 시행한 지 어느새 반년이 지났는데 우측통행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측통행을 신경 쓰지 않거나 아직도 좌측통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우측통행이 시작되고 지하철 내에 질서가 더 엉망이 되었다고 말했다. 차라리 굳이 우측통행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이러한 혼란스러운 광경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부산 디자인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성욱(19) 씨는 어릴 때부터 좌측통행을 하라고 배워왔다. 그는 우측통행으로 바뀐 것을 알게 된 뒤에도, 자신이 지하철에서 통행을 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좌측으로 걷게 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좌측통행을 해오던 게 습관이 되어서 저도 모르게 자꾸 좌측통행을 해요. 쉽게 고쳐지질 않네요”라고 말했다.
우측통행이 시행되고 있는지 모르는 시민도 있다. 동래구 명륜동에 사는 이재숙(58) 씨는 요즘도 항상 평소와 같이 좌측통행을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그녀는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지하철 역 내에서 우측통행을 홍보하는 문구나 포스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전 국민이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면, 텔레비전에서도 자주 홍보하거나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