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수송, 교육적으로 옳은 일입니까?”
지난 14일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이었다.
여러 언론에 ‘미담’ 사례가 소개됐다. 경찰차 등이 지각 위기에 놓인 수험생들을 작전하듯 수송했다는 내용이었다.
입실 완료를 7분 앞둔 시점에 5.8km가 남았는데 확성기로 “수험생이 타고 있다”고 하자 시민들이 길을 내줘서 무사히 도착했다, 사이렌을 울리며 버스전용차로를 속도를 높여 달렸다, 차량 진입이 금지된 정문의 틈새로 아슬아슬하게 경찰차를 밀어 넣었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렸다, 는 보도가 있었다.
한 지역에서는 수험생이 수험표를 집에 두고 왔다고 신고한 일이 있었다. 경찰은 집을 찾아가서 부모한테서 수험표를 받아 수험장에 있는 학생에게 전달했다.
수험장을 모른다, 수험장을 착각했다, 는 수험생들을 이송한 사례도 있었다.
감기몸살 때문에 제 시간에 가기 힘들 것 같다, 깜빡 잊고 도시락을 집에 두고 왔다, 며 경찰의 도움을 두 번 받은 수험생도 있었다.
경찰은 큰 봉사라도 한 듯 자랑했고, 사회는 박수를 쳤다.
그런데, 수능시험은 크게 보면 교육의 일환이다. 수험생이라면 마땅히 시험장을 사전에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몸 관리를 해야 하며, 수험표는 잘 챙겨두어야 한다. 도시락은 말할 것도 없다.
‘교육’을 생각한다면 사회는 이런 수험생들을 꾸짖는 게 타당할 것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일 터이므로.
사회의 과보호와 과잉 친절에 대해서도 한번쯤 성찰이 필요할 듯. 경찰의 '퀵서비스' 역할에 대해서도.
■손학규 대표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선거제 개혁안과 관련해 대화를 하다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손 대표는 정치 선배, 인생 선배로서 ‘꾸짖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자리는 대통령과 각 당의 대표들이 만난 공적인 것이었으므로 예의와 격식을 갖추어야 마땅했다.
손 대표는 잠시 동창회 같은 사적 공간으로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오류를 지적했다, 의견을 제시했다, 도 아니고 꾸짖었다?
국민들은 “손 대표 체제의 바른미래당이 사분오열 상태인데, 자신이 대체 ‘무엇이관대’ 꾸짖고 말고 한다는 건가”라고 꾸짖고 싶지 않았을까.
한술 더 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두 사람이 싸웠다고 발표까지 했는데, 칠판에다 ‘싸운 사람, 손학규 황교안’이라고 적지 그랬느냐, 는 비아냥이 나올 수 있을 듯.
■조국, ‘공인의 책임’보다 ‘피의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뇌물수수를 비롯한 여러 개의 혐의 때문이었다.
그는 이날 언론 노출을 피한 채 검찰청사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출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장관 시절에 만든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적용받은 첫 전직 장관이란 기록을 남겼다.
검찰은 통상 전, 현직 차관급 이상 공직자를 비롯한 공인에 대해서는 공개소환을 원칙으로 해 왔으나,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의 처신을 두고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명색 장관 출신인데다 한동안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인물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스스로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공개하는 게 타당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공인으로서의 책임’보다는 ‘피의자의 인권’을 택했다는 질타가 나왔다.
국민일보는 “사건과 무관하다면 떳떳이 검찰청사 1층 정문으로 들어가며 책임 있는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었으나 그는 끝내 언론 노출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루었다. 현 정권에 우호적인 신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법에 정해진 당연한 피의자 권리이긴 하나 최근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수사 절차에 응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적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조사 후에는 ‘참담하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는 피의자로서 당연한 권리이나 의혹의 당사자이자 법무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수 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신문은 사설에서 “조 씨는 장관으로 있으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후보자 시절엔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자신은 위법한 일이 없고 떳떳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막상 피의자로 소환되자 수능 날을 골라 몰래 검찰에 출두하고 묵비권까지 행사한다. 이러니 ‘조국스럽다’는 말까지 생겼다”고 힐난했다.
한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텀블러를 든 채 당당하게 포토라인에 서서 시를 한 수 뿌릴 줄 알았는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