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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일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없죠”...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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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일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없죠”...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부산시 남구 박찬영
  • 승인 2019.12.19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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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6년을 키웠던 아들이 갑자기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떨까? 일명 ‘막장드라마’의 대명사라는 TV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의 에피소드로 나올 것 같은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6년이란 시간을 함께하고, 감정을 공유한 아이와 진짜 자신과 혈연관계인 아이. 누구를 진짜 자신의 아이라고 봐야할까? 그 전에 내가 부모라면,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6년을 키웠던 아들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 료타네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료타와 그의 아내 미도리는 6살이 된 아들 케이타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타를 출산했던 병원으로부터 케이타와 진짜 아이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료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진짜 아이를 키운 가족과 만나게 된다. 서로의 아이가 바뀐 두 가족이 만나게 된 것이다. 두 가족은 정반대의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두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서 드러난다.

먼저 료타는 대기업에 다니는 건축가이며, 도쿄의 고급맨션에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환경 속에서 케이타를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하며 료타는 아이 또한 자신처럼 좋은 아이로, 엘리트로 성장하길 바란다. 하지만 일하느라 늘 바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는 아빠다.

이에 반해 상대인 유다이네 가족은 전기상회를 운영하고 상회에 딸려있는 집에 살고 있는, 딱히 넉넉한 형편의 집은 아니다. 하지만 항상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반대의 환경과 아버지들의 성향은 두 가족이 서로의 아이를 교환할지, 그대로의 가정을 지키며 살아갈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빚는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라는 일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없죠” 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영화의 핵심을 말하는 대사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았던 대사다. 료타와 유다이의 대화 장면이었는데, 두 아빠의 다른 가치관을 잘 볼 수 있다.

유다이는 케이타가 아빠와 한 번도 목욕을 같이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료타에게 아이들에게는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만약 서로의 아이를 바꾼다면 지금처럼 아이가 모든 걸 혼자하게 두지 말라는 당부 섞인 충고를 한다. 이에 료타는 일이 많아 바쁘고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다며, 유다이를 무시하듯 답한다. 이 때, 유다이는 “아버지라는 일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없죠”라고 말하며 료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료타는 할 말을 잃고 유다이를 바라보기만 한다.

이후에도 두 가족은 계속 만남을 이어가다, 료타는 자신의 진짜 혈육인 류세이를 데려오기로 결정한다. 류세이와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료타는 많은 갈등을 빚는다. 료타는 류세이와 잘 지내려 노력하지만 류세이는 자신을 키워준 유다이와 유카리를 그리워한다. 그러다 료타는 자신의 카메라에서 케이타가 찍은 자신의 잠든 모습을 발견한다. 케이타는 아빠를 사랑했고 언제나 잠든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료타는 그제야 깨닫고 케이타를 찾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아버지라는 호칭이 아버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그 속에 쌓여가는 유대감과 사랑이 진정한 아버지로 성장할 수 있고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한다.

영화는 충격적인 사건에 비해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들의 상황 속에서 이어지는 갈등을 자극적이지 않게 다루지만, 아버지와 아이들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어떻게 가족이 되어 가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두 가족을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하고 요즘 시대 가족들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족끼리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요즘 가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료타는 케이타에게 어떤 아버지가 될까? 아마 여태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의 딸이 어느 날 집을 나서는 자신에게 “다음에 또 놀러오세요”라고 인사한 것에 충격을 받아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관객에게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마 정답은 없겠지만 영화가 말하는 가족을 통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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