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식품 패션 유통기업들 늘어나
뉴트로는 젊은세대와 중년층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교차점
서울대 소비자 트렌드 분석센터가 ‘뉴트로(newtro)’를 2019년 주목할 트렌드로 선정했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단종된 제품을 다시 생산하고, 소비자들에게 잊혔던 제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식품, 패션, 유통업계에서도 다양한 뉴트로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뉴트로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복고를 뜻하는 ‘retro’를 합친 신조어다. 뉴트로는 레트로(retro)와 구분된다. 레트로는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단순히 다시 꺼내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의 상품을 재출시하면서 밀레니얼세대들에게 신상품 같은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주류업계에서 뉴트로 마케팅 선두는 하이트 진로의 ‘진로 이즈 백’이다. 하이트진로는 1924년에 출시된 소주의 원조 '진로(眞露)'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 디자인해서 2019년 4월 25일 재출시했다. 진로는 출시 7개월 만인 11월 26일 기준 누적 판매 1억 53만 병을 기록했다. 출시 당시 목표한 연간 판매량을 두 달 만에 달성했으며, 72일 만에 1000만 병 판매 이후 판매 속도가 약 4.5배 빨라졌다.
하이트 진로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로 돌아온 진로 소주에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50, 60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에겐 신선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인식되며 자발적 인증샷 열풍과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배어진(21, 부산 사하구) 씨는 “옛날 소주 같으면서 신제품 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애주가 권영국(50, 부산 사하구) 씨는 “이전에 출시된 진로보다 도수가 낮아서 자주 찾지는 않지만, 옛날 느낌과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진로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는 “뉴트로 제품은 95년 전통의 하이트 진로만이 선보일 수 있는 제품으로, 복고에 집중하기보다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제품로고가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도 뉴트로 열풍에 합류했다. 롯데리아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100% 반영한 롯데리아 국민투표에서 아쉽게 2위를 차지한 야채라이스 불고기버거를 11월 14일부터 한 달 동안 한정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뉴트로 열풍을 타고 1999년 라이스버거 광고에 출연했던 개그맨 남희석을 20년 만에 2019년 광고에도 출연시켜 당시 광고와 비슷하게 만든 것이 화재다.
장영숙(51, 부산 사하구) 씨는 “1999년 롯데리아 라이스버거 출시 당일에 남편이랑 롯데리아에 가서 사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때 그 맛과 똑같다. 옛날 TV광고 속 ‘롯데리아~ 라이스! 버거!’ CM송이 다시 나와서 반갑다”고 말했다. 강선우(18, 경북 구미시) 군은 “부모님이 라이스버거는 옛날에 한 번 출시 됐었다고 말해주셔서 함께 먹어보고 옛날 광고도 찾아봤다. 2019년 광고 버전이 새롭다”고 말했다.
67년 역사를 지닌 대한제분의 대표 밀가루 브랜드 곰표 역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곰표’로부터 곰과 초록색, 그리고 흰색을 떠올릴 것이다. 오래된 기업이란 이미지를 넘어 젊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곰표는 그 이미지를 활용한 의류, 생필품, 편의점과 콜라보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더욱이 곰표는 오래된 기업이란 이미지를 넘어 젊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곰표와 애경의 대표 덴탈케어 브랜드 ‘2080’이 콜라보해 2080 뉴샤이닝화이트치약, 편의점 CU와 콜라보해 팝콘, 남성패션브랜드 4XR과 콜라보해 패딩, 맨투맨 등 의류를 제작했다.
곰표 베이커리 하우스에 따르면,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살아있는 레트로 그 자체인 곰표 밀가루의 레트로 감성을 모던하고 재미있게 재해석하고 싶었다”고 한다. 정희도(37, 경기도 수원시) 씨는 “9월에 할인 광고를 보자마자 패딩을 샀다. 대한제분이 원래 밀가루 업체지만, 이것에 한정하지 않고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멋지고 훌륭하다. 지속적으로 변화와 시도를 한다면 100년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세대들이 어린 시절 가정집에서 쓰던 컵들도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엘 롯데에서는 9월 25일 델몬트 유리병과 유리컵 2개, 주스 2개로 구성된 ‘델몬트 뉴트로 선물세트’를 3000세트 한정 판매하고, 서울우유에서는 롯데백화점과 협업해 ‘밀크 홀 레트로 컵’을 출시했다. 박선영(28, 전남 화순군) 씨는 “나도 창고에서 우유 컵을 발견하고 가족들과 어릴 적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취업 준비와 육아생활로 바쁘게 생활하는 중에 옛날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소확행을 주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김소원(34, 경기도 용인시) 씨는 “옛날 감성을 좋아해서 레트로 컵을 구매하려고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서울우유에서 파는 것을 발견하고 사게 됐다. 레트로 컵은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이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트로 바람이 불면서 옛날 생각을 떠올리게하고, 부모님의 추억과 기억을 자녀들과도 함께 공유하는 연결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 손수영씨는 “대한민국의 뉴트로 열풍은 젊은 층이 중년층을 이해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한국에서 뉴트로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