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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취향의 신세대 감성 ‘할매니얼’, 새로운 소비 트렌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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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취향의 신세대 감성 ‘할매니얼’, 새로운 소비 트렌드 부상
  • 취재기자 정은희
  • 승인 2021.03.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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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재료로 만든 할매 입맛의 음식, SNS 등에서 인기
패션업계 ‘할미룩’ 바람, MZ세대에 B급 감성 신선함 선사
전통 매듭, 고려청자 액세서리도 등장... 관련 제품 소비 증가
최근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바람이 불고 있다. 할매니얼은 젊은 세대에 스며든 어르신 감성이나 상품 트렌드를 의미한다. 젊은층 사이에 이는 새로운 복고 열풍이다. 젊은층이 많이 사용하는 SNS 인스타그램에서 ‘할미(할머니)’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할미룩’, ‘할미감성’ 등이 포함된 해시태그가 여러 개 나온다. 할머니 감성이 일상 속으로 스며든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이슈와 더불어 부모 세대와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는 할매니얼, 즉 ‘옛날 할머니 스타일’이 우리 일상 속에 어떻게 파고들어 재해석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전통 재료들로 이뤄진 ‘할매 감성’ 음식들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은하거나 고소한 맛을 내는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이 대표적이다(사진: 투썸 플레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전통 재료들로 이뤄진 ‘할매 감성’의 음식들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은하거나 고소한 맛을 내는 식재료를 주로 쓴다(사진: 투썸 플레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먼저 전통 재료로 만들어지는 ‘할매 감성’의 음식을 꼽을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은하거나 고소한 맛을 내는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할매니얼이 열광하는 음식 중 하나는 단연 흑임자다. 검정깨를 뜻하는 흑임자는 건강이나 장수를 상징하는 식품으로 사랑받았으며, 보통 떡이나 죽에 흑임자가 들어간다. 흑임자는 검은색 연탄가루처럼 까맣고 젊은 세대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인데, 최근 달콤한 디저트와 어우러져 고소함을 더하는 식재료로 인기다. 흑임자 라떼, 흑임자 케이크 등 새로운 메뉴도 등장했다. 흑임자는 대표적인 블랙푸드인 만큼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산화 작용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우유 10배 정도에 달하는 칼슘과 철분이 들어 있어 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흑임자는 그 자체의 고소한 풍미만으로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쑥 역시 할매니얼들이 열광하는 식재료다. 쑥은 각종 미네랄 성분과 식이섬유 하루 권장 섭취량의 30%를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 A, 비타민 B1, 비타민 C, 비타민 E 등이 풍부하며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향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즐기지 않는 식재료였지만 최근엔 우유와 함께 즐기는 쑥 라떼, 쑥 마카롱처럼 달달한 디저트들이 생겨났다. 과거 녹차를 재료로 한 디저트가 인기였다면 이젠 쑥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분위기다. 디저트 덕후(매니아)들은 쑥의 매력에 쉽게 빠져든다. 이 밖에도 떡 고명으로 친숙한 인절미 가루(콩가루)는 빙수나 토스트 등 서양식 디저트의 고명으로도 자주 쓰이고 있다. 인절미 가루의 원재료인 대두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유돼 있다. 스타벅스가 2021년 새해 한정 메뉴로 선보인 ‘홀 그레인 오트 음료’도 2030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현미, 보리, 흑미, 검정콩 등 국내산 통곡물이 함유돼 진한 곡물 맛을 느낄 수 있는 이른바 할매니얼 메뉴다. 유통가와 식품업계에 이어 국내 패션업계에서도 ‘할매니얼’ 열풍이 불고 있다. 기성세대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안겨 주고, 젊은층에게는 B급 감성의 스타일로 다가서고 있다는 것. 이는 일명 ‘할미룩’으로 불린다. 1970~80년대 할머니들이 주로 입던 긴 기장의 카디건과 펑퍼짐한 몸빼 바지를 연상시키는 고무줄 팬츠, 얼핏 촌스러울 수도 있는 꽃무늬 패턴의 롱 스커트, 니트 조끼 등이 그것이다.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색상과 펑퍼짐한 라인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에선 할미룩 관련 게시물이 업로드 되며 이 해시태그를 통해 비슷한 누리꾼들과 소통하기도 한다(사진: 인스타그램 ‘할미룩’ 해시태그 캡처).
인스타그램에선 할미룩 관련 게시물이 업로드되면서 이 해시태그를 통해 비슷한 누리꾼들과 소통하기도 한다(사진: 인스타그램 ‘할미룩’ 해시태그 캡처).
할미룩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도 여러 개 올라온다. 인스타그램에선 할미 감성에 빠진 밀레니얼 세대는 ‘할밍아웃(할머니+커밍아웃)’과 같은 해시태그를 이용해 취향이 비슷한 누리꾼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할미룩’을 즐겨 입는다는 대학생 윤 모(22, 부산시 북구) 씨는 “평소 아방하고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키가 작고 왜소한 체구지만 이런 스타일로 입으면 체형 보완과 귀여움까지 더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SNS에서 전통매듭 공예품이 인기를 끌며 관련 디자인 브랜드 ‘송오와 매선’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공예품을 출시하고 있다(사진: 디자인 브랜드 Doha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 전통매듭 공예품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디자인 브랜드 ‘송오와 매선’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공예품을 내놓고 있다(사진: 디자인 브랜드 Doha 인스타그램 캡처).
이러한 패션에 한 요소를 더하는 액세서리 역시 할매니얼 세대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SNS에서는 전통매듭 디자인 브랜드 ‘송오와 매선’이 감각적이고 세련된 공예품을 출시하고 있다. 전통매듭을 활용한 액세서리 공예품이다. 전통매듭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할머니 댁 장식품에 불과했던 전통매듭 공예품이 현대 감성으로 재해석 돼 대중적 스타일로 선보인 것이다. 전통 매듭 액세서리의 매력에 빠진 직장인 전 모(26, 서울시 노원구) 씨는 “전통매듭 디자인을 SNS로 접하게 됐는데 강렬한 형과 색 끈과 차분한 녹색 끈으로 엮어 만든 전통매듭 공예품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 모(23, 대구시 달서구) 씨는 “여러 색을 부합하고 있는 전통매듭 공예품이 독특하고 개성 있으며 ‘힙(hip)'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온라인 사이트 ‘뮤지엄숍’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기념품)중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뮤지엄숍 홈페이지 캡처).
국립중앙박물관이 온라인 사이트 ‘뮤지엄숍’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기념품) 중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상품들(사진: 뮤지엄숍 홈페이지 캡처).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이 온라인 사이트 ‘뮤지엄숍’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기념품)도 눈길을 끈다.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상품이 특히 인기다.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의 신비로운 푸른빛(비색)과 학 69마리가 날아가는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 이 역시 할매니얼 바람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한때 우리 전통은 고리타분한 옛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문화의 현대적 변용에 열광하는 MZ 세대가 늘어나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젊은 층 사이에서 옛것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은 취향의 반영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장기 불황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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