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건강칼럼을 쓰면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질환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알기 쉬운 용어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마지막 글은 조금이라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질환을 다뤄보려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소화불량’이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는 15% 내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화불량은 만성적인 경우가 많아 자신이 겪고 있는 소화 장애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소화가 잘 되나요?”라고 물으면 잘 된다고 대답한다.
밥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공복 때 속이 쓰리거나, 트림이 나거나, 신물이 올라오거나, 하복부에 가스가 차고 방귀가 자주 나오는 증상들은 ‘원래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이 소화불량으로 인한 것이며, 치료를 통해 빠르게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소화 장애 시 내시경 검사 바람직
소화 장애 증상이 있을 때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검사는 상부 소화기관 내시경 검사이다. 검사의 목적은 식도나 위장 점막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검사 상 이상이 나타나면 역류성 식도질환, 식도염, 위염, 위궤양 등 진단결과에 따른 치료를 한다. 검사 상 이상이 없으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하고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한다.
사실 환자가 표현하는 증상을 통해서도 소화관의 상태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과 진단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심인적 요인에 의한 소화불량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통해 기질적인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치료의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된다.
소화 장애, 유제품 탓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소화불량은 무엇보다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입원 환자 중에도 대다수가 소화 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입원을 하게 되면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간식을 먹는 빈도나 간식량도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식습관의 개선을 통해 소화 장애 증상들이 자연스럽게 호전되기도 한다. 따라서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치료하고 싶은 독자라면 규칙적인 식습관만 유지하여도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밀가루 음식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소화에 부담을 주므로 줄이는 것이 좋다. 맵거나 짠 음식도 소화기관을 자극하여 소화 장애를 일으키므로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유당불내증을 가진 사람이 비교적 많으므로, 본인의 소화 장애 증상이 유제품에 의해 악화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내시경 검사 상 위산의 역류나 염증 소견이 나타난 경우에는 생활습관 조절이 필요하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면서 과식을 피하고, 취침 3시간 전부터는 음식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위산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식후 3~4시간 동안은 눕지 않아야 하며, 수면 시에도 가능하면 상체 부위를 10cm 정도 올리는 것이 좋다.
허리가 조이는 옷도 피해야 한다. 또한 지나친 운동도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운동 후 증상이 악화된다면 운동량이나 운동 방법의 조절도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체중감량도 병행해야 하며,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뜸치료 효과 좋지만 전문가 통해서 해야
소화불량을 치료할 때는 앞서 말한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침치료 시 가장 많이 쓰이는 합곡(合谷)이나 족삼리(足三里) 같은 혈자리는 이미 드라마나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외에도 복부에 직접적인 침 자극을 주거나, 전침을 걸어 위장운동을 촉진시키는 것도 효과가 좋다.
또한 소화불량은 스트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단중(膻中)이나 내관(內關)과 같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혈자리를 같이 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몸이 차서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뜸치료도 효과가 좋다. 다만, 몸에 열이 많거나, 급성기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주의해야 하므로, 뜸치료도 전문가의 처방을 통해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
또한, 소화불량 치료 시 한약의 치료효과는 다른 질환보다 비교적 빨리 나타난다. 다만, 증상에 따라 다양한 처방이 가능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을 해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소화불량의 주된 원인은 습담(濕痰)이다. 습담이란 비정상적으로 체내에 정체되어 있는 수분을 의미한다. 소화 장애로 인해 위장관 내에 정체된 소화액이나 음식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러한 습담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하는 주된 약재는 창출(蒼朮)과 반하(半夏)이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만큼 작용이 강렬한 편이라, 반드시 환자의 체질이나 체력을 고려해서 써야 한다. 만성적으로 소화기가 약하면서 소화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은 소화기능을 도와줄 수 있는 처방이나 약재를 배합해서 쓰는 것이 좋다. 소화 장애의 증상들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식습관 조절과 한의학적인 치료를 통해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