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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얼어붙은 요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보면,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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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얼어붙은 요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보면, 위로를 얻는다
  • 부산시 서구 안소희
  • 승인 2020.03.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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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캡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캡처).
“아, 망했다. 왜 그리 일 만하고 살았을꼬?” 마흔의 찬실은 분리수거를 하다가 이렇게 소리친다. 세상의 일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인 그녀는 뭐가 그렇게 후회가 되는 걸까? 그 비밀은 지난 5일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찬실은 올해 마흔이 된 영화 프로듀서다. 그녀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된다. 당장에 돈도 없어 집도 산 중턱 허름한 셋방에 이사하고 친한 동생이자 배우인 소피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도 하게 된다. 그녀에게 가장 슬픈 것은 오래 몸담았던 영화계에서 자신을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음을 오로지 영화에 받쳤던 그녀는 절망한다. 그녀에게는 영화의 제목과는 반대로 박복한 삶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오는 복은 어떤 것들일까? 영화에서는 크게 ‘사람’과 ‘성장’을 보여준다. 찬실은 영화 내내 소피, 김영, 주인집 할머니, 장국영과 교류한다. 그녀는 이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힘을 얻고 위로받는다. 주인집 할머니는 주민센터에서 한글을 배운다. 하루는 숙제로 시를 써가야 한다며 찬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쓴 시를 읽은 그녀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 만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집주인 할머니는 죽은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지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시가 찬실을 안아주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시의 마지막에는 ‘그래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이 생략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꽃처럼 져버린 젊음을 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그녀의 등을 주름지고 단단한 할머니 손으로 두드려준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이 지금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도 한다. 특히 찬실의 눈에만 보이는 장국영이라는 인물과 있을 때, 그녀는 그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목매던 영화는 자신의 인생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오히려 자신의 인생에 영화, 사랑,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돼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들에 대해 알아가려 한다. 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한 걸음 서툰 첫발을 내디딘다. 사실, 이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 찬실이 엄청난 성장을 이룬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툴게 한 발, 한 발 자신의 길을 나간다. 이 부분이 관객들이 감동하고 찬실을 응원하게 만드는 부분이지 않을까?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인생살이에 서툴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대비할 수 없다. 닥쳐오는 일을 최선을 다해 겪을 뿐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우리와 비슷한 찬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툰 사람들끼리의 위로를 전한다. 그래서 참 따스한 영화다. 특히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얼어붙은 요즘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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