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철에서 도착하는 열차에 뛰어드는 투신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 귀중한 인명손실은 물론, 열차 운행 지연 등으로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투신 사고는 이달 들어서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연달아 일어나 지하철 안전관리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 6월 8일, 부산 지하철 1호선 구서동역에서 6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투신 자살을 시도하여 온몸의 상처를 입고 간신히 구조되었다. 불과 8일 전에는 2호선 전포역에서 30대 남성이 자살하여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 같은 인명사고가 지하철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것에는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아직 일부 역에만 배치되어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부산 지하철에는 최근에 완공된 3호선과 서면역등 일부 역에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있다. 실제로 서울 메트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가 최초로 설치 된 이후 서울 지하철 자살사고가 2005년 112건에서 2009년 88건으로 줄었고, 부산에서 유일하게 스크린도어가 완비된 3호선에서는 개통 이후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제외한 인명사고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아 스크린도어가 투신 사고방지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부산교통공사 측에서는 사고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임시방편으로 간이 안전대를 설치하고 사고위험이 높은 열차진입구간에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사고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공익요원으로 근무한 김민수 씨는 “솔직히 공익도 사람인데, 화장실도 가야하고 근무시간 내내 계속 서 있을 수 없다. 생각보다 다른 할 일도 많다. 지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전 구간 스크린도어 설치가 투신 사고를 막는 가장 효율적인 답이지만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공사는 2009년에 실시한 용역을 토대로 예상비용을 산출한 결과,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도시철도 1·2호선 모든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위해 총 21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예산문제로 설치가 지연되는 와중에도 투신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사고는 목격하는 시민들은 물론, 기관사와 지하철 직원에게까지 정신적 충격을 주는 피해로 번지고 있다.
K.S.L 한국철도 동호회를 운영하는 ID ‘수원급행’은 기관사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17년차 노련한 기관사들도 예고 없는 인명 투신에는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다. 사고 후에는 수습 이후에 피 묻은 차량을 그대로 차량기지까지 몰고 가야 한다. 만약 사고를 당한 기관사가 침착하지 못하거나 목적지까지 운행하지 못한다면 승객들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답했다.
한국외대에 다니는 한상흔 씨는 “친구가 예전에 범내골 역에서 사고 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 1주일 동안 잠을 못 자는 등 오랫동안 시달렸던 적이 있다. 예산이 얼마가 들더라도 사람 목숨보다 더 값이 나간다고 보지는 않는다. 스크린도어가 도저히 안 된다면 안전 요원들을 대폭 늘리기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교통공사 사장 안준태 씨는 지난 11일 공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스크린 도어 설치문제와 관련해 “공사는 1․2호선 주요 10개 역사 승강장에 우선적으로 스크린도어를 광고사업과 연계하여 민간자본으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늦어도 금년 내에 착공하여 2012년 7월에는 준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스크린도어 국비지원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스크린도어가 조기에 설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지원 없이 스크린도어를 예정보다 빨리 설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