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액, 작년 대비 133.8% 증가
저축은행 마이너스통장 고객 절반이 20대
“서민 돈 불리는 방법… 월급만으로는 부족”
홍남기 부총리, “시장, 상승만 하는 것 아냐”
“월급을 받을 때마다 조금씩 주식에 투자하려고 했는데, 더 오르기 전에 확실한 종목에 투자해두고 싶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어요. 직장이 안정적이라 갚아나가는 데 이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올해 7월 입사한 김성우(28, 익명) 씨는 지난 1월에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관심을 가진 주식 종목이 앞으로도 상승세가 예상돼 조금이라도 빠르게 투자하기 위해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20대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 모으다)’ 현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자료에 의하면, 증권사 매수자금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의 증가율이 2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말 기준 2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798억 원이다. 작년 말 1642억 원과 비교해 133.8%의 증가율을 보인다. 같은 기간 30대(71.6%), 40대(70.5%) 증가율의 약 2배에 해당한다. 20대 신용융자 잔액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코스피지수가 1500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 3월 말 1093억 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매달 회복세를 이어와 5개월간 2배가 올랐다.
저축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고객 2명 중 1명이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자료를 분석하면, 올해 6월 말 해당 고객 2만 4997명 중 1만 4245명이 20대로 57%를 차지한다. 20대가 올해 상반기 4978명 늘어 가장 높은 연령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 통장 전체 잔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20대만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 기준 전 증권사의 누적 증권 계좌는 총 7134만 개로 작년 말보다 1069만 개가 증가했다. 40대가 254만여 개, 20대가 246만여 개, 30대가 145만여 개를 올해 개설했다. 경제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은 20대의 계좌 개설 증가가 3040 세대에 뒤처지지 않는다.
원효운(27, 서울 금천구) 씨는 올해 2월 입사하자마자 주식을 시작했다. “부동산 등 각종 재산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주식 시장은 큰 타격이 없고 소규모 자본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관심을 가졌다”며 “월급만으로 풍족하게 살기 어려운 서민들이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식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한 원 씨는 “주변에 주가상승이 확실한 상품이 있다고 하면 대출까지 해서 무리하게 투자하는 분들도 있다”며 “자산 격차가 큰 현대 사회에서 서민들이 재산을 불리기 위한 가장 접하기 쉬운 분야가 주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빚투 열풍이 취업한 20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 김현우(24, 부산 금정구) 씨는 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휴학하며 모은 돈으로 시작하다가 투자하던 종목에 대한 확신이 있어 대출을 결심했다”며 “돈을 최대한 불릴 수 있는 재테크가 주식이라 생각해 과감하게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대의 증권사 신용공여 잔액도 지난해 말 3061억 97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4195억 9400만 원으로 37.03% 증가했다. 이는 신용을 이용해 자금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액과 주식을 담보로 한 예탁증권담보융자액을 합한 금액이다.
이러한 현상이 급증한 이유는 심화된 대출 규제, 집값 상승과 취업난 등으로 보인다. 일자리가 줄어들어 취업하기 힘들고 돌아서면 폭등하는 집값에 월급만 저축해선 생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은행 이자액은 낮아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함도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이유로 보인다. 고강도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문턱도 20대에겐 높은 문턱이다. 결혼, 내 집 마련, 노후 등을 장기적으로 계획해야 하는 청년층이 미래를 대비한 영끌과 빚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대의 빚투에 우려를 표했다. 8일 국회에서 진행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일자리를 주는 게 해법이지만 어렵다보니 주식투자나 주택 구매로 사다리를 풀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빚을 내서 주식이나 주택을 살 때에는 시장이 꼭 상승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