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우유, 새우깡, 복고 패션 등 드라마 영화 타고 유행 물결...<보헤미안 랩소디>가 레트로의 결정판 / 김지은 기자
“유행은 돌고 돈다.” 이 말을 증명하듯, 최근 대한민국에는 ‘레트로’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레트로는 과거를 회상하거나 추억하기 위한 매개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이다. 패션에서부터 식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레트로는 큰 호응 얻고 있다.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레트로 열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서민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과거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들로부터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후 2012년 미디어를 통해 레트로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레트로 열풍은 더욱 가속화됐다. 큰 흥행을 거둔 2012년 작 영화 <건축학개론>은 가수 ‘전람회’의 1990년대의 인기곡인 <기억의 습작>과 함께 무선 호출기인 ‘삐삐’ 등 당시 인기를 끌었던 물건이나 음악들을 등장시켜 대중들이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촉발제가 됐다.
또 일각에선 레트로 현상이 인구문제의 결과라고 본다. 최근 레트로 콘텐츠는 1980~90년대 문화를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는 현재 사회에서 주요 소비층인 3040세대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시절이다. 서울대 조영태 교수의 책 <정해진 미래>에 따르면, 전체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특히 1020세대의 인구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자, 기업에서는 주요 소비층인 4050세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이들이 어린 시절 소비하던 상품이나 음악 등을 마케팅 전략의 일환인 레트로 풍으로 유행시켰다고 지적했다. 4050세대를 주축으로 다시 소비되는 8090년대의 레트로 사례는 새우깡, 바나나우유 등이다.
2015년부터 방영돼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대한민국을 레트로 열풍에 빠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H.O.T의 <캔디>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등 그 당시 인기 있었던 노래, 출연진들이 입었던 통이 넓은 연한 색 청바지, 니트 등을 드라마 속에서 다시 유행시켰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애청자인 이창숙(54, 경북 포항시) 씨는 “항상 딸과 함께 <응답하라> 드라마를 자주 시청했는데 그 시절의 음악이나 시대적 상황을 딸과 공유하면서 대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패션분야에서 레트로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1990년대 유행했던 패션이 30~40대뿐만 아니라 1980년대에서 2000년 초반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또는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1020세대들은 명품 브랜드로 자신을 꾸미는 것을 오히려 촌스럽게 여긴다. 레트로가 비록 진부하고 촌스럽지만, 그 속에 독특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1020세대들은 오히려 1980~90년대 감성이 주는 촌스러움을 즐긴다.
평소 레트로 패션을 즐겨 입는 대학생 정모(21, 부산시 남구) 씨는 “현대는 다양하고 감각 있는 문화로 가득하지만, 현세대들은 그것들을 빠르게 질려하고 색다른 것을 쫓아간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요즘 길거리에서 흔히 레트로 패션을 볼 수 있다. 브랜드 이름이 옷 가운데에 크게 새겨진 이른바 ‘빅로고 패션’, 원색에 가까운 비비드한 옷감컬러, 넓은 바지 밑단 등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외에도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서태지와 아이들’이 착용해 90년대를 풍미했던 벙거지모자의 매출이 32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레트로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구제 옷을 판매하는 빈티지 가게 또한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평소 빈티지 가게에 자주 방문하는 대학생 안나영(21, 부산시 남구) 씨는 “빈티지 가게가 일반 옷 매장들보다 레트로 풍의 옷 종류도 많고 저렴해서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며 “주로 빈티지 가게에서 청재킷이나 베레모를 사는데 이 옷들이 나만의 느낌을 연출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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