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문화 속 떠오른 ‘대용량 제품’...식품업계 가성비·친환경에 발맞춰 잇따라 '대대익선' 제품 붐
취재기자 성민주
승인 2021.06.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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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가성비·친환경 트렌드 발맞춘 대대익선 ‘대용량’ 제품 잇따라 출시
오뚜기 컵라면 20% 증량해 새롭게 출시, 롯데칠성음료도 대용량 음료 선보여
대용량 제품은 소포장 대신 제품 입구에 지퍼백 부착해 신선도 보존 가능해
시민들은 가성비와 더불어 재활용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 반응 보여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집콕 문화’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홈트레이닝, 홈카페, 홈술, 스트리밍족, 배달을 비롯한 집밥, 랜선 파티 등 비대면 소비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런 가운데, 다다익선에서 파생된 ‘크면 클수록 이득’이라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 ‘대대익선’ 제품이 대세다.
식품업계에서는 대대익선인 대용량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소포장에 따른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가성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다. 가정 내 대용량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소비자 니즈에 따라, 기존 제품의 용량만을 늘려 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오뚜기는 ‘육개장 컵’을 20% 증량해 새롭게 출시했다. 오뚜기에 따르면, 이번 육개장 컵은 기존 제품 대비 면·건더기·분말 스프의 양을 늘려 총 20% 중량해 출시했다는 것. 계란(스크램블) 건더기의 크기와 개수도 늘어났다. 오뚜기는 “푸짐하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원하는 MZ세대 의견을 반영해 선보이게 됐다”며 “더 진하고 푸짐한 육개장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식품업계는 컵라면에 이어 각종 음료도 통 크게 키웠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오가닉 유기농 주스’ 대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2018년 출시된 ‘오가닉 유기농 주스’는 유기농 과일과 야채로 만든 어린이 과채 주스 브랜드로 아이들이 손에 쥐고 마실 수 있도록 125mL 소용량 제품으로 출시됐다. 이 제품을 1L 대용량 제품으로 새롭게 출시한 것. 신제품은 기존의 125mL 용량보다 mL 당 가성비가 뛰어나며, 개봉 후에도 음용량을 조절해 나눠 마실 수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유용하게 음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롯데칠성음료는 ‘레쓰비 그란데 아메리카노’인 대용량 커피도 출시했다. ‘레쓰비 그란데’는 롯데칠성음료가 RTD 커피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와 가성비에 주목해, 국민 커피 ‘레쓰비’를 500mL 페트로 즐길 수 있게 한 대용량 브랜드 제품이다.
대용량 제품의 특징은 소포장이 아닌 기존 파우치 형태 제품의 용량만 늘려 출시한다는 것이다. 이에 제품의 신선도를 위해 대부분의 제품 입구에 지퍼가 달린 센서리 지퍼백이 적용돼 있다. 동서식품이 신제품으로 출시한 구수하고 담백한 맛의 핫 시리얼 '포스트 화이버 오트밀 오리지널 350g’를 보면, 기존 파우치 형태의 소포장 제품보다 용량을 늘린 백(bag) 타입의 대규격 제품이다. 개별적으로 소포장 되어 있는 것이 아닌, 제품 입구에 지퍼가 달린 센서리 지퍼백을 적용해 손쉽게 밀봉이 가능하고 오래도록 제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것.
오리온에서 지난해 12월 출시한 꼬북칩, 포카칩, 오! 감자 등 인기 스낵 3종 제품도 ‘대용량 지퍼백’이다. 이 세 제품도 기존 M 사이즈 대비 세 배 이상 용량을 늘리고 손쉬운 밀봉과 함께 더욱 오래 제품의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는 대용량 지퍼백으로 출시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온 가족이 오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과자를 찾는 수요가 커진 점에 주목해 대용량 스낵 제품을 선보이기로 결정했다”며 “특히 꼬북칩, 오! 감자는 가성비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제품 대비 g당 가격을 낮춰 실속도 높이는 등 가성비와 편리성을 동시에 높인 제품인 만큼 부담 없이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대용량 제품에는 △진로토닉워터 600ml(기존 300ml) △불닭 소스 2Kg △복숭아 하프컷 2in1 과일 디저트(550g) 등이 있다.
실제 소비자들은 대대익선인 대용량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주부들은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대용량 제품으로 재활용 쓰레기양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효정(43, 부산시 금정구) 씨는 “대용량을 사 오면 집에 와서 다시 소분해서 정리하는 편이라 번거로움이 있긴 하다”며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집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해서 오히려 대용량 제품 위주로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민주(51, 울산시 남구) 씨도 “환경적인 면에서 대용량 제품 출시를 강력하게 추천한다”며 “코로나19로 플라스틱이나 비닐 제품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 파괴되고 있는 환경을 지키려면, 다 같이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미영(52, 울산시 울주군) 씨는 “당장의 편리함보다는 미래의 환경을 더 신경 써야 될 것 같다”며 “소포장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들이 집에 쌓이는 것을 보니까, 집에 있는 용기에 소분해서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포장 제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환경뿐 아니라, 가성비도 더해진 대용량 제품들은 자취생들의 마음을 이끌기도 했다. 자취생 김예슬(21, 부산시 남구) 씨는 “한때 과대포장 사진이 SNS에 떠돌기도 할 만큼 제품에 소포장을 많이 해서 과자 등 제품값이 포장 값이라는 말도 많았다”며 “소포장은 쓰레기도 많이 나오고 가격도 더 비싼 것처럼 느껴졌는데, 낱개별로 여러 개 살 필요 없이 대용량 제품이 출시돼 깔끔하고 가성비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민(26, 부산시 사하구) 씨도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장을 보러 자주 나가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며 “한 번 갔을 때 대용량 제품을 사 오면, 오래 쓸 수 있고 가성비도 훨씬 좋은 것 같아서 소포장 제품보다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